나폴레옹은 로스차일드가의 비밀네트워크에 패했다

요코야마 산시로의 <슈퍼리치 패밀리>

등록 2011.09.18 16:58수정 2011.09.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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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슈퍼리치 패밀리〉

책겉그림 〈슈퍼리치 패밀리〉 ⓒ 한국경제신문

▲ 책겉그림 〈슈퍼리치 패밀리〉 ⓒ 한국경제신문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창업자가 사업을 발전시키고 2대 후손들이 확대시키지만, 3대째는 흥청망청 가산을 탕진한다는 법칙이다. 그것은 동서양에 흔한 일이다. 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서도, 250년 동안 그걸 이어나가고 있다.

 

요코야마 산시로의 <슈퍼리치 패밀리>는 로스차일드가 250년 부의 비밀을 밝혀주고 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HSBC, 드비어스, 무통, 라피트 등 세계 유수 은행과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그 가문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추적한 것이다. 물론 유대 음모론은 철저히 배격한 채, 창업 이후 지금껏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그들의 기백과 재능을 배우도록 종용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어디서 시작될까?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1743-1812)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 영세한 고물상과 환전상을 운영했다. 당시 그 지역은 십자군 원정의 시발점에 속하였기에 그곳의 유대인들은 격리와 멸시의 대상이었다. 로스차일드도 게토의 대상이었고, 돈을 부정하게 여기던 기독교 사회에서 환전상은 그의 몫이었다. 그 속에서 이를 악물고 살아 남았고, 다섯 아들들에게도 그 도시를 비롯해, 런던, 파리, 비엔나, 나폴리 등 다섯 개의 화살 고리를 연결하여 부를 구축하도록 했다.

 

"1812년 9월 19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종한 초대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다음과 같은 유훈을 남겼다. 1. 가업의 중요한 위치에 가문 이외의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 것 2. 가문 가운데 가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남자에 한함 3.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친척간의 결혼을 장려함 4. 재산 목록을 공개하지 말 것 5. 상속 재산에 대한 공적인 재산평가를 하지 말 것 6. 가문의 당주는 직계 장손 남자를 우선 할 것(단 과반수 찬성이 있을 경우 예외로 함)"(66쪽)

 

그런 경영원칙 속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날이 변신을 거듭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 피에르를 측면지원 하여 많은 이문을 남겼고, 1815년의 워털루 전투에서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을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과의 일전을 통해 유럽의 금융시장을 석권한 '패자'(覇者)로 등극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세계 제패의 야망에 도취되어 러시아에서 동장군과 싸우고 있을 때 로스차일드상회의 전용마차는 영국을 출발해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으로 향하는 밀서를 운반하며 나폴레옹에 대한 반격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잃어버린 영토를 수복하려는 반나폴레옹 전선의 통신망 및 생명선으로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비밀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은 나폴레옹과 싸우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1,500만 파운드의 군자금을 지원했는데, 이것은 모두 마이어와 아들들에 의해 운반되었고 환율 조작을 통해 극비리에 전달되었다."(79쪽)

 

물론 그 가문도 굴곡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통일전쟁 여파로 나폴리 분가(分家)는 문을 닫았고, 프랑크푸르트 본가(本家)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비엔나 분가는 1938년 이후 소멸됐다. 5극 체제였던 로스차일드가는 2차 대전을 기점으로 런던과 파리 분가를 중심으로 양극체제에서 4극 체제로 자체 분열했고, 흩어졌던 나폴리 분가와 비엔나 분가와 프랑크푸르트 본가는 스위스은행과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의 1극 연합체제로 거듭났다. 결국 새로운 5극체제로 부활한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로스차일드 가문만 기억하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모직을 주도하여 세계사 속에 명문가를 세운 메디치 가문이나, 독일땅에서 출발하여 미국 땅에 명문가를 세운 록펠러 가문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로스차일드 가문만이 '슈퍼리치'로 우뚝 서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산시로는 그 비결을 다섯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가족경영이라는 로스차일드가만의 경영원칙이 있었고, 둘째는 유대랍비 교육 아래의 네트워크 정보력, 셋째로 암호화된 정보망과 함께 적극적인 '생존 능력', 넷째는 유대인의 노마드 정신이 깃든 '고난 극복력', 다섯째는 끊임없는 시대변화의 수용능력을 발휘했다는 게 그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뜩 <경주 최부자 500년의 신화>가 떠올랐다. 경주 최부잣집은 3대도 잇기 힘든 부를 12대까지 이어나갔고,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청부(淸富)로 존경받는다. 그 가문의 경영기법도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6가지를 두고 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 것,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 것,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할 것,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 것,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을 것,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 등.

 

로스차일드 가문과 경주 최부잣집 가문이 250년 그리고 500년 동안 부를 계승했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개인주의의식과 공동체의식의 차이, 비도덕적이고도 반윤리적인 행위와 적정한 이윤추구와 재산증식이라는 차이점은 분명 있다. 물론 경주를 무대로 한 최부잣집과 세계를 무대로 한 로스차일드 가문은 비교 자체가 어울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진정한 로컬리치(local rich)야 말로 진정한 슈퍼리치(super rich)로 존중받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위 글은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송고했습니다.

슈퍼리치 패밀리 - 로스차일드 250년 부의 비밀

요코야마 산시로 지음, 이용빈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1


#로컬리치(LOCAL RICH) #슈퍼리치(SUPER RICH) #로스차일드가문 #경주 최부잣집 가문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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