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원폭피해 1·2세들의 절절한 외침

20일, 한일청구권 재협정과 국회 특별법 제정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등록 2011.09.21 13:20수정 2011.09.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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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 한일청구권 재협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원폭피해자1,2세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 한일청구권 재협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원폭피해자1,2세들. ⓒ 전은옥


"일본 정부는 원폭피해자와 일본군'위안부', 사할린 동포 관련 양자협의에 성실히 응하고 청구권 재협정에 나서라.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

20일 오후 2시, 경남 합천 등지에서 상경한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환우들이 종로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환우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한국 정부의 한일협정 관련 양자협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일본에 항의하고, 군사독재시기 근본적으로 잘못 맺어졌던 한일협정을 파기하고 재협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지난 달 30일, 헌법재판소는 우리 정부가 '위안부' 및 원폭피해자의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외교노력을 하지 않은 점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에서도 곧이어 일본대사관을 통하여 일본정부 측에 양자협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부대신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협정 체결로) 1965년 청구권 문제가 법적으로 최종적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내비쳤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우리가 일본대사관 앞에 선 것은 스스로 원하지 않은 원폭 피해의 대물림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리에겐 태어남 자체가 전쟁의 시작이었다. 일본 정부는 성실히 사죄하고, 그에 따르는 배상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a  원폭피해자 및 그 자녀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원폭피해자1,2세들의 국회 앞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하여 경남 합천등지에서 40여 명의 원폭피해1,2세들이 상경하였다.

원폭피해자 및 그 자녀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원폭피해자1,2세들의 국회 앞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하여 경남 합천등지에서 40여 명의 원폭피해1,2세들이 상경하였다. ⓒ 전은옥


각종 재판투쟁을 이끌며 한국인 피폭자의 권리 향상에 힘을 써온 피폭자 1세대인 곽귀훈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명예회장도 "한국정부는 한일협정 당시 원폭피해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정부도 모든 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끝났다고 말한다"며 "우리 원폭피해자들에게는 국적이 없다, 한국 국민도, 일본 국민도 아닌 것이다, 우리가 갈 곳은 현해탄뿐이란 말인가, 한국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와 한국원폭2세환우회, 합천평화의집, 평화박물관, 원폭문제공대위는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현재 2650여 명의 원폭피해자와 1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원폭2세들이 국가의 정책적 제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즉각 양자협의에 성실히 임하고, 잘못된 한일청구권 재협정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문제 및 사할린강제동원 피해자 운동 관련단체들도 함께 했으며, 함께 피켓을 만들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일본인 학생과 시민도 같이 참석했다.

8월 6일 한국인 원폭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에도 참석했다는 우이 히로미씨는 "일본 사람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천뿐 아니라, 전라도와 제주도에도 피폭자들 있다고 들었는데 모든 분들을 위해서 좀더 일본 정부가 보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토대학 대학원생인 후쿠니시 카요코씨는 "함께 피켓도 만들고 준비에 참여하고 기자회견장에까지 같이 오니, 말은 전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여러분들과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 더 공부해서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이동하여 국회를 마주보는 거리에서 대국회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는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심의, 의결할 것과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원폭2세환우들에 대하여 '선지원, 후규명'의 원칙으로 실태조사 및 의료·생계·복지 지원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는 요구 사항을 담았다.

기자회견과 성명서 낭독이 끝난 후에는 대표4인이 국회를 방문하여 관련 국회의원실에 성명서를 전달하고 특별법 제정에 관해 협의를 했다.
#원폭피해자 #원폭2세환우 #원폭피해자와 자녀 지원 특별법 #한일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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