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밝힌 선거관리위원회의 트윗.
문해인
아수나로는 이번 헌법소원에서 선거권 기준연령을 16~17세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총 143개 국가)에서 만 18세를 선거권 기준연령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만 19세부터 선거권이 부여된다.
- 선거권 기준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에 많은 반대 목소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것이 교육적인 부작용이다. 쉽게 말해 공부에 집중해야 할 청소년 시기에 정치에 신경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검은빛: 학교에서 배우는 미분·적분만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참여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가장 많이 부닥칠 정치를 직접적으로 배울 기회를 주는 것 또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문득 영국의 한 도서관에서 봤던 시민교육(Citizenship Education) 교과서가 떠올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 교과서에는 시민의 정치참여 등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맞닥트리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쉬우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다. 영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시민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시민의식을 함양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 임용, 결혼은 되는데... 왜 선거만 안 된다는 건가?"-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경우 부모의 성향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검은빛: 본질을 잘못 짚어서 나온 우려다. 부모의 성향을 따라가게 되는 것은 스스로 후보를 선택할 만한 가치관을 가지지 못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정치적 가치관 정립을 도울 정치교육이 우리나라 학교와 가정에서는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외국의 경우 부모와 자식이 정치에 대해 토론하지만, 집안구조가 수직적이고 가부장적 요소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자식이 부모에 맞서 토론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학교에서의 정치교육도 구체적으로 현실정치를 가르치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용어 등 이론적인 측면에만 한정되어 있다.
- 지난 1997년도에 20세라는 선거권 연령 제한에 대해 문제제기한 헌법소원을 헌재가 기각한 사유를 살펴보면 "20세 이상으로 선거권연령을 합의한 것은 미성년자의 정신적 신체적 자율성의 불충분 외에도 교육적 측면에서 예견되는 부작용과 일상생활 여건상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돼 있다.검은빛: 모순적이다. 미성년자는 정신적 신체적 자율성이 불충분하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무원 임용은 만 18세부터 가능하고 혼인도 만 18세부터 가능하지 않나. 병역법에서도 만 17세부터 군 입대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면서 왜 선거권은 줄 수 없다는 것인가.
- 벌써 15년 째 선거권 연령확대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검은빛: 헌법소원 청구결과는 최소 1년은 있어야 나온다. 2005년도에 선거연령이 만 20세에서 19세로 내려갔다. 당시에도 50년 만에 겨우 1살이 내려갔다는 등 늦은 감이 없지 않았었다. 이제는 선거연령을 더 낮춰야 할 판단을 내릴 시기가 온 것 같다. 될 거라 믿는다.
청소년 정치적 권리에 대한 공개질의서 정당에 보내헌법소원 외에도 아수나로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위해 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총선을 앞둔 정당들에게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보낸 일이다. 아수나로의 공개질의서는 ▲ 청소년 선거권과 선거활동을 보장하지 않는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 ▲ 당내 청소년 당원이나 대의기구 존재여부 ▲ 학생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 현장에서의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등에 관한 정당의 의견을 묻고 있다.
- 공개질의서에 답변을 보내온 정당은 어디인가?검은빛: 진보신당, 녹색당, 통합진보당에서 답변을 보내왔다.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민주통합당에서도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정당별 답변은 공개할 예정이다. 총선이 끝나면 각 정당과 미팅을 가져 답변내용을 잘 이행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 공개질의서를 살펴보면 공직선거법, 정당법 뿐 아니라 지방자치법에서의 청소년 권리에 대해서도 묻고 있다. 지방자치법까지 거론하게 된 계기가 있나?검은빛: 전국 단위 뿐만 아니라 시, 군, 구, 동 단위에서도 청소년은 정치적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에도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은 주민발의에 서명할 수 없었다. 외국에서는 지방자치 시 선거권·피선거권의 기준연령을 중앙과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권이 없는 연령의 경우에도 어린이의회 등 따로 법적 기구를 만들어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 투표권을 신청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거권·피선거권의 기준연령도 높은데다가 그런 보완책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정책인데 청소년이 정치적 권리를 가지지 못 해서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 있었나?검은빛: 2005~2006년에 전교조가 추진했던 학생회 법제화는 청소년의 목소리가 있었으면 더 빨리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완전히 묻혔었다. 2006년에 민주노동당에서 추진했던 학생인권법안도 같은 이유로 묻혀 학생인권조례로 대신 실현된 것이다. 또 지금은 해결됐지만 무상급식 문제도 당사자인 청소년이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다.
지난 2009년도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한 고등학생의 학생회 입후보를 담당 교사가 허가하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일이 있었다. 아수나로는 이런 학생회 출마 자격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은빛: 송곡고 사건 같은 경우는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정치에 참여한 이력이 있거나, 징계·벌점 기록이 있거나, 일정 수준의 성적이 안 되어도 학생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수수: 학생회 출마 자격에 항상 따라붙는 '품행이 단정해야 한다'는 조건에도 (일부 학생들의 입후보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여가부와 교육청의 학생참여위원회, 청소년 대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