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라이스잼잼 2>
씨네21북스
책 <오무라이스잼잼 2>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은 슈퍼마켓에서 당연히 사먹고 있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음식들이다. 가령, 봄날 도시락 단골 반찬이었던 단무지에 대한 추억들이 그것이렷다. 나처럼 시골서 태어난 40대 중반이라면 아마도 거의 이처럼 기억하고 있을, 집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음식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에는 단무지(37번째 이야기)처럼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자주 먹지만 잘 모르고 있는 음식들을 담고 있다. 언제부터 그 음식을 먹게 됐는지, 누가 제일 먼저 만들었는지, 없어지지 않고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는지 등을 들려준다.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왕갈비나 탕수육. 최근 펄쩍 뛴 가격 때문에 이제는 사먹기 부담스러운 설렁탕이나 냉면. 발효유의 대명사가 된 요쿠르드. 라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가끔씩 먹고 싶어지는 비빔면과 짜파게티. 우유와 함께 먹일 수 있어 좋은 시리얼. 부담 없이 해먹는 보양식인 닭백숙. 우리나라 산모들의 대표 음식이자 생일 음식의 대표 미역국. 초콜릿, 아이스콘 등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오므라이스잼잼 2>에는 이런 음식들이 품고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겨져 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몇 명일까"이 유산균 발효유는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시로타 미노루에 의해 1930년에 개발되었다. '요거트'를 뜻하는 에스페란토어의 '야후르토'에서 이름을 따와 '야쿠르트'라는 회사를 차리고,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대만에서만 판매되던 야쿠르트는 1966년 브라질 수출을 시작으로 세계로 진출해 현재 31개국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며, 우리나라에는 1971년에 들어왔다." (본문 '야쿠르트'편에서)
책을 통해 야쿠르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만나기 전까지 잊고 있었는데, 한 때 '우리나라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얼마나 될까',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아줌마들이 배달하고 길거리에서 판매도 하고 그럴까', '그렇다면 전 세계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얼마나 될까', '다른 나라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 '야쿠르트는 누가 만들었지?' 등을 몹시 궁금해했다.
글쓴이에 의하면, 1971년 야쿠르트 판매 시작 당시 47명이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4만3500여 명, 전 세계적으로는 8만여 명에 이른단다. 우리들이 흔히 '똥색'이라 표현하는 우리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옷과 달리, 남색 계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단정한 일본'과 붉은 계열의 유니폼을 입은 '수더분한 중국', 흰색 계열의 유니폼인 '새침한 말레이시아'와 '상냥한 베트남' 등 전 세계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저마다 다른 옷을 입는다(작은 따옴표 안의 표현은 글쓴이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옴).
사실 야쿠르트(요구르트)의 용량 65ml는 늘 아쉽기만 하다. 몸에 좋은 음료이니 한 병의 용량을 늘리면 참 좋겠다 싶은데, 단번에 홀짝 마실 정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적은 양이 아쉽기도 하고, 벌컥벌컥 많이 마시고 싶어 컵에 두세 개를 따라 마시면 맛이 별로라는 것이다.
글쓰고 그림 그린 '조경규'는 |
무심함과 쾌락주의로 똘똘 뭉친 기찬 캐릭터 '팬더댄스'를 만든 장본인. 전 페이지에 걸쳐 국수만을 그린 그림책 <800>을 펴내기도 한 작가는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만화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서울과 뉴욕에서 개인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국수그림책 <800>과 시화집 <반가워요 팬더댄스>, 만화책 <내 이름은 팬더댄스>, 중국요리 탐방 만화 <차이니즈봉봉클럽> 등이 있으며, 기름진 식생활을 보조하는 <1식3찬 팬더댄스 식기 세트> 나 <팬더댄스 다이어리> 같은 캐릭터 상품도 만들었다.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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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판매된 야쿠르트는 80ml, 가격은 25원이었단다. 출시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유처럼 용량이 많아야 좋아할 것이라며 용량을 100ml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단다.
하지만, 당시 야쿠르트를 처음 개발한 일본에선 지금과 같은 65ml를 출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간인 80ml로 야쿠르트를 출시했다. 그러다가 1974년에 지금과 같은 65ml로 바뀌었다고 한다.
1971년 처음 판매되기 시작할 무렵, 야쿠르트 영업사원들은 '균을 팔아먹는다'는 말을 들어가며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사회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주부들을 야쿠르트 판매원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의심을 사서 고생도 많았다고. 이런 역사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애서 팔린 야쿠르트는 무려 400억 병이 넘는단다.
<오무라이스잼잼 2>는 이처럼 우리와 함께 해온 먹을거리들의 소소하지만 알고 보면 흥미로운, 그러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들려준다. 그 외에도 중국의 435ml 짜리 야쿠르트, 대만의 2ℓ 짜리 야쿠르트 등 용기와 배달원 유니폼의 변천 등이 담겨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곁에 있으면서 유산균 음료의 시작이자 대명사가 된 아쿠르트의 소소한 것들을 들려준다.
앙드레 김이 손에 묻은 갈비 양념을 먹었다고?"예로부터 수원은 한양으로 들어가는 물자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게다가 3대 우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던 장이 섰으니, 맛있는 소고기를 구하기도 쉬웠을 것이다. 그냥 구워도 맛있었을 갈비를 더 맛있는 양념으로 처음 버무린 사람은 수원 토박이 이귀성씨다. 1945년 '화춘옥'이란 간판을 걸고 양념에 재워 둔 갈비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고. 수원 왕갈비의 특징은 일단은 거대한 사이즈(12~15cm), 양념에 간장을 쓰지 않는다는 점 … 1960~197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화춘옥은 당시 유명한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이 찾아오면서 서울에서 특히나 유명했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지방 순시 때마다 들러 맛있게 갈비를 뜯었고, 고인이 된 앙드레 김은 손가락에 묻은 양념까지 쭉쭉 빨아 먹었다나요." (본문 '왕갈비' 편에서)우리나라 사람치고 숯불갈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갈비를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오늘날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숯불갈비가 탄생됐다. 숯불갈비 또한 단무지나 야쿠르트처럼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과 함께 할 그런 먹을거리 중 하나일 것 듯하다. 책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해온 역사나 사연 등을 읽으며 지난 날을 추억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 책에는 야쿠르트에 얽힌 사연 외에 ▲ 일본에서는 왜 유부우동을 키츠네(여우) 우동이라 부를까 ▲ 우리나라 산모들만 먹는 미역국, 정말 산모들에게 최선의 음식일까 ▲ 처음에는 환자 영양식이었던 시리얼, 누가 언제 만들었나 ▲ 초콜릿은 냉장 보관해선 안 돼? ▲ 전가복(중국요리)이 상징하는 것과 그 의미는? ▲ 탕수육은 누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나 ▲ 마파두부는 곰보할머니가 만들었나 ▲ 초콜릿은 원래 마시는 음료? 언제 딱딱하게 변했을까 ▲ 우리나라 왕갈비의 탄생과 발전, 그 역사 ▲ 아이스크림콘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걸까 ▲ 베이컨의 유용한 정보 몇 가지 ▲ 세계 여러 나라의 마파두부와 탕수육 ▲ 완벽한 계란 프라이와 최고의 스크램블 에그 만드는 법 등이 이야기와 만화, 사진의 형식을 빌어 담겨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무라이스잼잼 2>(조경규 씀 | 씨네21북스 | 2012.03. | 1만3000원)
오무라이스 잼잼 2 -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
조경규 글.그림,
씨네21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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