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서슬이 시퍼렇게 갈아놓은 작두 위에 올라섰다
하주성
우리네들이야 이런 영적인 것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찬찬히 설명을 듣다보니, 그 말이 맞을 것 같다. 옛 말에는 '영험은 신령이 주나, 재주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신내림을 받으면 영험은 신령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굿을 하고 굿거리 재차를 익히고, 음식을 만들고 하는 등, 이런 모든 굿에 관한 것은 신의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저는 아버님(고성주)에게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혼이 나면서 배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버님의 신의 자식이라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작두물림을 받으므로 해서, 이제야 비로소 이버님의 신딸이 되었다는 것을요."(이정숙)이정숙은 수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제대로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잘못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꾸지람을 하고, 그런가 하면 포용을 하는 마음이 너무 커 오히려 누가 될 것만 같았다고 한다.
"천년만년 억수같이 불려주마"고성주의 신딸들은 작두물림을 받던 날 당의를 입었다. 그것은 고성주가 모시고 있는 작두별상이 남별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신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먼저 고성주가 작두를 갖고 논다. 그리고 작두를 신딸인 이정숙에게 넘겨주자, 작두를 갖고 마당에 마련한 작두를 탈 곳으로 나갔다.
작두를 잘못 타다가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가 있다. 부정을 타 발이 잘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작두 위에 오를 수 있어야, 영험한 만신으로 소문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작두공수'가 제일이라고 한다. 즉 신탁인 공수 중에는, 작두 위에서 주는 공수가 제일 영험하다는 것이다.
작두 위에 오른 이정숙이 오방신장기를 받아들고 단골들에게 공수를 준다. 그리고 작두공수를 마친 후 작두 위에서 내려섰다.
다음 날인 9일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에 소재한 쌍룡사 굿당. 이곳에서는 역시 고성주의 신딸인 박현주에게 '작두물림'이 있었다. 올 봄맞이 굿에서 두 명의 신딸에게 고성주가 작두물림 의식을 행한 것이다.
"이제는 이 아이들이 제 신명을 따라 작두를 탈 때가 되었죠. 대개 작두물림은 맞이굿에서 전해지는 것이 정상적인 물림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 두 명의 신딸들이 비로소 제 신명을 이어받은 것이죠. 이런 의식은 저희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의식입니다."(고성주)박현주가 작두 위에 올라섰다. 순간 일갈을 한다.
"천년만년 억수같이 불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