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집을 기다리는 최소한의 마음가짐

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 5

등록 2012.05.02 09:26수정 2012.05.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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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 중요성


집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건축에 관해 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기초공사는 실제 눈에 보이는 일이기에 묻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후에는 나중에 다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초 잘못으로 인해 하자가 발생하면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집은 한 번 자리에 앉히면 위치를 바꾸기도 어렵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다시 손질하기도 쉽지 않으며 그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과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적지 않다.

때문에 기초 공사는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일이다. 물론 요즘 기초 공사에 눈 속이는 업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공사를 하는 업자나 인부들의 작업을 지켜보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최소한 몇 가지 점만은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시행 과정에서 내 주장을 반영하기로 했다. 

숙지원의 기초 공사 과정

설계도면을 그렸다고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가를 믿고 대부분 일임하였지만 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주문했던 사항도 있었기에 대략을 날자별로 기술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1. 집의 좌향에 관해


집의 좌향을 남서로 잡을 수밖에 없는 지형이기에 기본적인 좌향에 이의는 없었지만. 신경을 썼던 부분은 멀리 보이는 객산을 얼마만큼 가리느냐 하는 문제와 어떻게 뒷산과 집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여기에는 집자리를 봐준 지관의 의견도 참고했지만, 편안한 집자리를 찾고자 했던 나의 희망도 크게 작용했다. 주변의 산세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지관이 말한 객산을 피하고자 했던 것은 꼭 무엇을 기대하는 마음이라기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집을 짓는 주인의 최소한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번 집을 지으면 바꿀 수 없는 일. 그러나 완전한 만족이란 없는 법. 몇 번 위치를 이동한 끝에 현재의 위치에 줄을 띄웠다.


2. 터파기

그 다음은 줄을 띄운 곳에 횟가루로 금을 긋고 그 금을 따라 터파기 작업을 했는데 약간 경사진 곳이라 수평이 정확한지 지켜봤고 특히 터파기를 한 곳에 시멘트를 까는 '버림'이라는 작업 과정은 눈여겨보았다. 

바닥에 철근을 깔면 좋을 것 같아 이야기했더니, 그 위에 철근으로 줄기초를 하고 다시 통기초를 하기에 단층집은 그렇게까지 않아도 된다는 답이었다. 인테넷에서 공사했던 선배들의 경험을 살펴보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 그대로 넘기고 말았다. 터파기는 포크레인을 사용하였고 폭 50cm, 깊이 30cm, 버림 두께는 10cm로 하였다.

3. 줄기초와 통기초

전통 한옥이 아닌 조적조나 목조 건물을 지을 때는 일반적으로 줄기초와 통기초(매트기초) 공법을 많이 쓴다고 했다. 줄기초는 그야말로 설계 도면에 나타난 공간을 분할하여 벽돌이나 나무가 올라갈 자리에 기초를 하는 공법이고, 통기초는 집이 앉을 자리 전체에 철근을 깔고 시멘트를 부어 기초를 다지는 공법이다.

줄기초의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들고 공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어느 한 줄이 하중을 많이 받는다거나 지반이 약해 기우는 경우 건물에 금이 가거나 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기초를 실시한다는데 통기초 방식은 줄기초에 비해 비용이 덜 들지만 기초를 견고하게 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줄기초를 한 후에 흙 되메우기를 하고, 며칠간 흙을 다진 후에 그 위에 다시 통기초 공법을 시행한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우리는 줄기초 후에 다시 통기초를 하기로 하였다. 그것이 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9일, '폼'이라는 철판을 이용해 가로 11.5m 세로9m 거의 직사각형의 터에 테를 두르고 그 안에 두 줄의 줄기초작업 준비를 하는 도중 우천 관계로 작업을 중단함.

23일 오전, 13mm  철근을 사용하여 높이 90cm 폭20cm 구조를 만들고 바깥에 폼을 대어 줄기초 형태를 잡은 후 콘그리트의 압력에 대비하여 단단히 묶는 작업을 하였다. 오후3시경 레미콘 2대와 펌프카 한 대가 폼으로 지어진 거푸집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 후 그날 일은 그것으로 마쳤다. 기초의 콘그리트가 양생하는데 사흘쯤 걸린다고 했다. 

26일(목) 오후, 집 자리의 외부 옹벽 부분의 폼만 두고 안쪽 줄기초의 폼 떼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폼을 연결했던 핀과 끊어진 철사토막을 치우지 않고 가버린 점이 거슬렸다. 아무리 공사판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정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작은 일이기에 철사토막이나 꽁초 등을 주워서 모았다.  

a 배관 설비공사 하수관 설비공사를 하는 모습

배관 설비공사 하수관 설비공사를 하는 모습 ⓒ 홍광석


4. 기초 설비 공사

28일(토) 오전, 하수도와 정화조로 들어갈 오수관 설비 공사를 하였다. 설계도면을 검토할 때 김사장에게 모든 하수관과 오수관은 배관이 좀 복잡하더라도 건물 밖으로 빼내도록 주문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서둘러 현장으로 갔다.

아니나 다르랴. 염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욕실의 하수관과 변기의 오수관이 집안의 거실 바닥 밑을 지나도록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사장과 현장 소장의 소통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원인이었다.

긴급히 공사를 멈추고 모든 배수관은 건물 밖으로 빼도록 요구했다. 기초 옹벽을 드릴과 망치로 뚫어 다시 배관을 다시 하는 바람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인부들도 못마땅한 기색이 그대로 보였다.

"만약 배수관이 막히는 경우 집의 바닥 전체를 뜯어야 한다."
"수맥을 피해 집을 짓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난방용 온수 보일러를 까는 것도 마음에 캥기는데 오수관이 거실이나 방 밑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겠느냐?"

그런 말로 이해를 시켰더니 납득하면서도 대체로 다른 집들은 그렇게 시공한다고 둘러댔다. 집 밑으로 오수관이 흐르는 것은 수맥이 흐르는 것과 같다. 그런 오수관위에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잡을 잔다고 생각하면 알고는 차마 그대로 둘 수 없는 일이었다. 겉만 깨끗하다고 해서 깨끗한 집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집을 지을 때 신경을 쓸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a 흙 채우기       중기초 안에 흙을 채우는 작업

흙 채우기 중기초 안에 흙을 채우는 작업 ⓒ 홍광석


5. 흙 되 매우기

줄기초의 폼을 떼어내면 집자리에는 가로 11.5m 세로 9m 높이 0.9m의 시멘트 둘러싸인 공간이 만들어진다. 가운데 두 줄의 줄기초로 구획되어 공간은 3등분 되어있으나 물만 가득 채우면 작은 수영장이 될 만한 면적이다. 28일 오후, 그 공간에 흙을 채우는 작업을 했다.

먼저 25톤 덤프트럭 4대 분량의 마사토를 채우고, 포그레인으로 흙을 다진 후 물을 뿌리는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흙에 비닐 조각이나 심지어 담배꽁초 하나라도 주워내는 일을 했다. 내가 살 집 밑에 쓰레기가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포크레인 삽날을 피해가며 그렇게 하는 나를 지켜본 포크레인 기사가 굉장히 깔끔하다며 나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고사를 지내는 것도 의미 없다 하겠지만, 내 집을 지으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집 기초에 쓰레기를 막고 오배수관을 피하는 것은 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고사에 못지않은 정성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기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 물을 뿌려 흙을 다진 후에 5월 2일 온통기초를 예정하고 인부들은 철수했다.

a 통기초 준비            흙위에 철근을 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통기초를 완성할 것이라고 한다.

통기초 준비 흙위에 철근을 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통기초를 완성할 것이라고 한다. ⓒ 홍광석


예상하지 못했던 일 둘

기초를 하면서 내가 신경을 썼던 것 중의 하나가 기초의 높이였다. 처음에 기초의 높이를 120cm로 주문한 것은 집이 완공 되었을 경우 전망을 고려하였고, 짧은 골짜기이지만 숙지원은 그 입구에 위치한 까닭에 만에 하나 물이 달려드는 경우를 예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120cm의 폼을 세우고 보니 거의 평면인 숙지원의 지형에서는 아무래도 집이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구나 목조주택이기 때문에 지붕의 높이까지 감안하면 집이 너무 도드라지게 보일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그래서 줄기초 하는 과정에서 10cm정도 낮추기로 했다. 평소 10cm 길이는 오차범위에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짓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차이였음을 실감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초의 높이는 지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지에서는 90cm로 잡아 땅 속으로 30cm를 묻고 지상으로 60cm정도 나오면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건축 용어도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었다. 폼, 줄기초, 통기초(매트기초), cm대신 사용하는 '전'이라는 용어도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미콘 펌프카 한 대는 6루베라고 했지만 루베의 양에 개대한 개념도 얼른 잡히지 않았다.

참고로 1루베는 무게의 단위가 아니라 용적을 나타내는 단위였는데 내용물에 따라 1루베당 무게가 다르다는 말이었다. 콘크리트 1루베는 약 1.5톤이라고 하는데 물의 양과 시멘트 배합비율은 일반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콘크리트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물을 많이 하고 모래와 시멘트의 양을 규정대로 하지 않다고 하여도 소비자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장 소장에게 물과 모래와 시멘트의 배합비율이 적정한지 물었지만 아니라는 대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믿는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내일까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줄기초 안에 채운 흙이 다져지고 기초는 더 단단해 질 것이다. 김사장과 연락했더니 비개 개이면 통기초 철근 공사를 하고 그날 콘크리트를 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줄기초 #통기초 #배관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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