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 수사 발목잡던 '24시간 내 기소' 규정 철폐

한미 양측 '소파 합동위 합의사항' 서명... 시민단체, 실효성 의문 제기

등록 2012.05.23 14:32수정 2012.05.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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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양이 성폭행당한 고시텔.

A양이 성폭행당한 고시텔. ⓒ 김도균

A양이 성폭행당한 고시텔. ⓒ 김도균

지난해 9월 24일 새벽, 경기도 동두천 시내 한 고시텔에 주한미군 2사단 소속 K이병(22)이 침입해 TV를 보고 있던 여성 A씨(18)를 수차례 엽기적으로 성폭행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며칠 뒤 K이병을 불러내 조사하고는 '현행범에 대해서만 우리 정부가 구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곧바로 돌려보낸 뒤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해 국민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경찰이 여론의 뭇매를 예상하면서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규정 때문이다.

 

소파에 따르면, "미군은 대한민국 당국이 범죄자의 구금 인도를 요청하는 어떠한 경우라도 '호의적인' 고려를 하여야 한다"면서도 하위 규정에 "한국 사법당국은 주한미군의 신병을 인도받으면 24시간 이내 기소하든지 아니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 수사당국은 '24시간 이내'란 시간에 쫓겨 무리한 기소를 할 수도 없고 인도받은 범죄인을 그냥 풀어줄 수도 없어 섣불리 신병인도를 요청하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가 미군측에 '기소 전 신병인도' 요청을 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 수사기관 발목 잡아왔던 SOFA '24시간 이내' 기소 규정 철폐

 

이같은 불합리한 점이 상당 부분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 수사기관의 발목을 잡아왔던 '24시간 이내' 규정이 철폐되기 때문이다.

 

한미 양측은 23일 오후 용산 미군기지에서 개최된 소파 합동위원회 제190차 회의에서 '피의자 신병인도 절차 등 소파 형사재판권 운영개선'을 위한 '합동위 합의사항(AR)'에 합의했다.

 

양측은 이번 합의에서 그간 우리 수사기관이 미군 피의자의 기소 전 신병 인도시 '24시간 이내 기소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삭제해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신병을 확보해 수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양측은 또한 과거 우리 경찰이 미군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입회할 수 있는 미 정부대표의 출석이 지연되어 초동수사를 실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고, 이번 합의를 통해 미 정부 대표가 출석할 때까지 '합리적인 시간' 동안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게 했다.

 

협상을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원래는 입회할 수 있는 미 정부대표(미군 부사관급 이상)가 24시간 대기하고 있고, 1시간 이내에 출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충분한 시간 초동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24시간 이내 기소' 규정이 삭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의 신병인도 요청에 대해 '호의적인' 고려를 할 수 있다는 상위규정이 살아있는 한 여전히 주한미군의 처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작년 동두천 성폭행 사건 당시에도 충분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경찰에 출두한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고 곧바로 돌려보낸 사실을 예로 들며, 중요한 것은 우리 수사기관의 처벌 의지라고 지적했다.

 

한미 양측은 작년 9월 연달아 발생한 두 번의 주한미군 병사의 성폭행 사건 이후 불평등한 형사관할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6개월에 걸쳐 소파 합동위와 실무그룹 분과위 등을 개최하여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소파 #S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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