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석 농민 시인과 강위원 여민동락 대표최태석 시인은 강위원 대표가 동생같다며 사진 한장 찍고 싶다고 했다. 강위원 대표는 이렇게 농촌 마을의 반가운 동생이 되어 '농민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강의 주제 '농민과 희망'에 가장 어울리는 강의였다.
김재형
농촌 사회가 적당한 선에서 이런 오래된 악습을 끊어야 하는데, 결국 그 일은 모진 고생하면서 자리잡은 이들이 지역 사회가 귀농 후배들에게 모진 짓 못하도록 막는 수 밖에 없다. 강위원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묘량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은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를 살리자는 제안과 함께 아이가 있는 젊은 귀농 세대를 보호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운동 시작 당시 12명이었던 묘량초등학교 학생은 현재 초등 34명, 유치원 15명으로 확대되면서 폐교의 위기를 넘기게 되고, 지역 귀농 확대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날 강연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왔다. 요즘 농민인문학 강의는 정말 알 수 없다. 어떤 중요한 끌림이 사람들을 모은다는 느낌이 든다.
한 학생이 후기를 남겼다.
강 위원 선생님 강의를 듣고 난 뒤에 도서관 밖을 나왔을 때의 풍경은 이러했다. 강렬하다기 보다는 밝고 따스하게 내리쬐던 태양빛, 여름이 우거진 푸른 들 계곡의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강의를 듣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냇가의 대학생들...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것이 바로 행복일까?강의를 듣기 전의 하늘과 강의를 듣고 난 뒤의 하늘이 달라지고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강의. 강위원 대표의 강연은 시종일관 진지함과 웃음이 그치지 않는 강의였다. 재미있는데 깊어지고 생각이 맑아지는 청럄함이 넘쳐 흘렀다. 왜 이랬을까?
일단 외모가 재미있었다. 두 아이의 아빠인데도 개구쟁이 느낌이 얼굴에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바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좌충우돌 부딪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자체가
안쓰러우면서도 그 흐름에 빨려들게 하는 힘이 있다. 함께 한 공동체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할려고 하자.
"이혼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우리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니까 돈은 못준다."결국 돈이 없어서 이혼을 못하는 이야기. 87세 되신 어머니와 같이 사는 형수가 관계가 불편한 것을 보고는 해법으로 어머니 이름이 붙어있는 텃밭을 만들어 드리고, 키우는 닭에 대하여 닭을 산 건 형이니까 닭은 형이 소유하고 모이를 주는 건 어머니이니까 달걀은 어머니 것이라는 해법을 제안해서 형수 눈치보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떳떳하게 텃밭의 채소와 계란을 얻어오는 이야기.
공짜 복지의 포로가 된 노인들이 에쿠스타고 와서 공짜 점심 얻어 먹고, 시비만 붙다 가는
걸 넘어서기 위해 감사하고 나누는 노년을 이야기하고 노인들이 돈내고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 서로 싸우지 않더라는 이야기.
이동가게인 동락점빵을 운영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이야기. 두 시간 내내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있는 삶이란 게 뭐냐면, 자기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복지관 관리자가 되어 복지 공무원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면 청량감을 주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 위원 대표는 건물짓고, 프로젝트 제안해서 돈으로 하는 복지를 넘어 '자율적이고 가난한 복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아니라 주민이 되고 이웃이 되고 농민이 되는 여민동락의 세상'을 살고 싶었고, 그 세계가 현실화되는 만큼 이야기가 늘고 있었다. 신영복 선생님은 새로운 세상은 변방에서 시작되는 데 그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강 위원 대표의 여민동락 공동체와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의 공통점은 둘 다 말할 수 없이 외진 지역이고 초등학교가 언제 폐교될 지 모르는 경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중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강 위원 대표가 도서관 카페에 짧게 남긴 글.
"어제 행복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어김없이 곳곳에 든든한 동지들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신명났습니다.돌아오는 내내 콧노래를 부르며 왔습니다."변방이 이렇게 강해지고 있기에 이제 도시와 중심이 무너져도 큰 걱정없다. 언제나 문제는 우리 안의 패배주의였다. 강위원 대표의 강의가 이번 강의 주제인 '농민과 희망'에 가장 많은 답을 가진 강의가 될 것같다. 이런 희망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정치적 권력으로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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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이 강해지고 있기에 중심이 무너져도 큰 걱정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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