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똥오줌 가린 아이들, 모두 제 자녀입니다

망우 3 치안센터 청소년 돌봄센터 '이제 똥오줌 가린 아이들'

등록 2012.11.20 09:49수정 2012.11.20 14:23
0
원고료로 응원
 한 청소년이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오리 고기를 먹여주고 있다.
한 청소년이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오리 고기를 먹여주고 있다.이명옥

청소년보호감찰 시설에 상담을 시작한 지 6년째인 윤태순(이제똥오줌 가린 아이들, 아래 이똥아) 대표의 사회적 유전자를 나눈 자녀들은 수백 명이다. 지난 3월부터 인연을 맺은 청소년만도 50여 명.

윤태순 대표, 이상인 경위, 광운대학교 신현주·김미숙 박사와 지인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망우3 치안센터를 찾는다. 그곳에서 소년원에서 나왔거나 청소년 보호감찰을 받는 청소년, 한부모 가정에서 부모와 생긴 마찰로 가출을 했거나 돌봄으로부터 방치된 청소년들 수십 명이 또래 혹은 선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따뜻한 밥을 맛있게 먹고 빵이나 작은 선물을 가지고 돌아간다.

'이똥아'는 위기 청소년과 함께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스쿨 폴리스(학교지원경찰관) 동부교육지원청 담당인 이상인 경위가 운영위원으로, 오랫동안 봉사단체를 꾸려 청소년 상담 봉사를 해 온 윤태순 권사가 대표로 올 3월부터 시작한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청소년 돌봄 단체다.

아직은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망우3 치안센터 2층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위기 청소년들에게 밥을 먹이고, 컨테이너에서 비누 만들기 작업을 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 '이똥아'에 드나드는 청소년들은 이상인 경위를 '상인 아저씨', 권사인 윤태순 대표를 '꼼사'라고 부른다.

춥고 배고프고 갈 곳 없던 청소년들, 혹은 집에 가도 반겨줄 부모가 없는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이상인 경위와 윤태순 권사와 함께 하는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좋은 친구이자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윤태순 대표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몇 년간만 잘 넘기면 청소년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간다. 사춘기를 지나는 몇 년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믿어 주고 함께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가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친구를 찾아 다시 돌아온다. 아이들이 처한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자기들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믿어주는 윤 대표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달에 날치기를 450건이나 했던 청소년이 다시는 날치기를 하지 않는 소년으로 변했고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6명 중 1년간 소년원에서 생활한 청소년이 두 명, 보호감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도 여러 명이다. 그들은 '이똥아'의 '상인 아저씨'와 '꼼사'를 만나면서 스스로 때려치웠던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포기했던 학업을 다시 이어가는 것도 커다란 보람이지만 무엇보다 범죄로부터 멀어진 것도 큰 보람이다. 보통 청소년 범법의 재발 비율은 30%를 웃돌지만 '이똥아'를 거쳐간 청소년들의 재범 비율은 3% 내외다.

'꼼사' 윤 대표는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묻는 법이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 깨우쳐지면 '꼼사'에게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슬며시 털어놓곤 한다. 지난 주는 한 청소년과 교회를 가는데 한 장소를 가리키며 그 곳에 세워둔 오토바이에서 지갑을 털었다고 말해왔다. 배가 고파 턴 지갑에는 40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 청소년은 그 장소를 지나다닐 때마다 죄책감이 느껴질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고 '꼼사'는 "잘못인 줄 알았으니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이똥아'와 인연을 맺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정환경이 열악하다. 지하방에 한부모와 사는 경우가 많아 예민한 사춘기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거나 집에 가도 반겨줄 가족이 없어 놀이터나 오락실을 배회하다가 질 나쁜 선배들을 만나 범죄의 길로 들어서거나 가출을 하기도 한다.

밝은 모습의 청소년들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게 장난끼 많고 밝은 청소년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밝은 모습의 청소년들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게 장난끼 많고 밝은 청소년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이명옥

윤 대표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갈 만한 장소가 없는 사회 환경이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안타까워한다. '이똥아'에서도 장소 문제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망우3 치안센터 2층은 일 주일에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 방이  두 칸 있지만 보일러가 설치되지 않아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쉬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이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처음엔 교회로 데려가곤 했는데 불편해 하는 기색에 요즘은 교회도 데려가지 못하고 있다. 윤 대표는 "만일 적당한 장소만 마련된다면 꽃꽂이나 다른 노작 활동 등 재능 기부를 해주겠다는 사람들은 많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적성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9일 '이똥아'를 찾은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교육감이 된다면 학교 밖 돌봄에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 실행할 것이다. 지금은 개인 봉사를 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반드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소년 돌봄 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