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한테 당한 독수리... "저 좀 살려주세요"

탈진한 독수리, 까치에게 공격당해 추락... 구조 요청에 어려움

등록 2012.11.30 12:40수정 2012.1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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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독수리  천연기념물 독수리의 위용,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고 있다.

독수리 천연기념물 독수리의 위용,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고 있다. ⓒ 김학섭


세계에서 3000마리밖에 안 된다는 독수리가 어쩌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 선포산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독수리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새라고 합니다. 약 1300마리 정도가 매년 11월에서 3월까지 파주 진동면 일대에서 월동하고 몽골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이 진객께서 인천 선포산에 나타났다가 까치들의 공격을 받고 땅으로 추락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목격자 이진산(69)씨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1시 20분경이었습니다. 등산을 하고 있는데 무엇이 쿵 하고 앞에 떨어져 살펴보니 큰 독수리였습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치들이 무리지어 나타났습니다. 독수리가 자기들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하고 공격했던 모양입니다. 탈진했는지 거의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받은 독수리는 부상을 당해 힘없이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날개가 부러진 것 같았습니다."

a 독수리  목격자 이진산 씨, 무엇이 쿵하고 떨어져 보니 독수리였다고, 까치의 공격을 받고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독수리 목격자 이진산 씨, 무엇이 쿵하고 떨어져 보니 독수리였다고, 까치의 공격을 받고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 김학섭


a 독수리  땅에 떨어져 어리둥절하고 있다,

독수리 땅에 떨어져 어리둥절하고 있다, ⓒ 김학섭


29일 오후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독수리는 거의 탈진 상태였고 큰 날개를 몇 번 퍼덕거리다가 다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목격자 이진산씨는 구조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지나가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부평구청에 구조요청을 하는 한편, 독수리의 눈을 가린 채 큰길 가까이 하산시켰습니다. 두 사람의 장정이 겨우 안고 내려갈 정도로 컸습니다.

독수리는 잠시 후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벌떡 일어나더니 큰 날개를 펴고 날아보려고 했으나 날개를 퍼드덕거리다가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탈진 상태인데다 이미 한쪽 날개는 부상을 입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큰 눈으로 불안한 듯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 더 날려고 시도하다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날기를 포기한 듯합니다.

주민 한 분이 불쌍하게 생각하여 돼지고기를 몇 점 주자 앉은 상태에서 잘 받아 먹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벌떡 일어나더니 금세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말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자 모두 안타까운 표정이었습니다. 빨리 구조팀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으나 한 시간 가까이 구조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a 독수리  부상한 독수리를 하산시키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있다.

독수리 부상한 독수리를 하산시키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있다. ⓒ 김학섭


a 독수리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한 사람은 안고 조심스럽게 하산하고 있다.

독수리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한 사람은 안고 조심스럽게 하산하고 있다. ⓒ 김학섭


이진선씨는 답답한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급해서 119로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구청으로 하라고 합디다. 그래서 구청으로 연락을 했더니 이번에는 동물보호시설로 연락을 하라고 하데요. 이렇게 해가지고 누가 구조요청을 하겠습니까. 관청 한 곳에서 전화 받으면 그곳에서 동물보호시설로 연락을 하든지 해야지 우리가 그런 곳을 알기나 합니까? 이런 것은 빨리 시정되었으면 합니다."


구조대를 기다리다 결국 사람도 독수리도 지쳐가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되어서야 구청 직원(환경보존과)이 나오고 여기저기 연락해서 119구급대가 와서 겨우 병원으로 후송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동물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구청 직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a 독수리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진객의 표정이 심각하다.

독수리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진객의 표정이 심각하다. ⓒ 김학섭


동물병원에 확인한 결과 독수리 날개는 다른 동물에 의해 공격을 받았을 뿐 부러지지는 않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느냐는 물음에 얼마나 굶었는지 좀더 확인을 해봐야 결과를 알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튼 먹을 것을 찾아 이곳 인천까지 찾아온 진객이 무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큰 산마다 119응급구조대 연락처가 있습니다.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한 연락처입니다. 이왕이면 동물보호협회 전화나 구청 동물보호 담당부서 전화도 함께 기록해 부상한 동물도 빠르게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독수리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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