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공정보도를 염원하는 시민사회·네티즌 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월 4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MBC가 박근혜 후보 띄우기와 야권후보 흠집내기에 올인하고 있다"며 규탄 회견을 열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첫번째 TV토론이 열리는 여의도 MBC본사앞 철문은 보안관계로 굳게 닫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권우성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되돌아보면 이 모두가 MB정부 초반부터 시작된 비뚤어진 언론장악 정책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방조가 낳은 사필귀정의 결과다.
이 바람에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방송은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보도를 일삼았고,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 역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를 끊임없이 내보내 선거기간 동안 언론사 안팎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과 여당 추천 인사들이 다수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문제와 잇단 낙하산 사장 임명에 따른 부작용에서 기인한 방송사들의 긴 파업, 거기에다 최장기한 파업을 한 MBC와 <부산일보> 지분과 무관하지 않은 정수장학회 문제 등이 선거 초반부터 제기됐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러한 문제를 외면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당선의 영광을 누렸으니 MB정권이 만든 언론장악의 수혜자가 된 셈이다.
한국기자협회는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억압받고 갈라진 언론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서부터 '대통합'을 시작하라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국민대통합' 약속의 실천은 언론에서부터'란 제목의 성명에서 "박 당선인이 약속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은 언론계의 무한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주요한 방편"이라며 "아직도 해직상태에 놓여있는 17인의 해직언론인들을 동료들의 품에 안겨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은 여기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더구나 박 당선인은 언론정책에 관해서 명확한 견해를 밝힌 일이 별로 없다. 대선 공약집에도 언론정책에 관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방송의 공공성 강화, 미디어 산업의 핵심 산업 육성이라는 구호성 공약 외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5·16 쿠데타나 유신체제에 대한 발언에서 그의 민주주의와 언론관에 의문을 갖게 했다. 그래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정책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19명의 언론인이 해고당했다. 정직 132명, 감봉·감급 66명, 경고 120명, 대기발령 62명을 포함해 모두 450명이 징계를 당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저항한 대가치고는 꽤 가혹하다. 권력이 낙점한 낙하산 사장체제로 망가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구성원들이 되레 길거리로 내몰린 억울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권력의 언론장악을 묵인하면 선거 때 언론을 선전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게다가 권력의 언론장악은 국민주권을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모습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낙하산 사장을 통해 공영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로 보수신문들에게 종편을 선물할 때 이를 저지하지 못한 결과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대선 패배 이후 지리멸렬한 야권에서 희망을 찾기란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25년 전인 1987년 12월 24일 <동아일보> 7면 하단에 실린 광고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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