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전화... 그로부터 시작된 연쇄살인

[서평] 미쓰다 신조 <일곱 명의 술래잡기>

등록 2013.02.20 17:04수정 2013.02.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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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곱 명의 술래잡기> 겉표지

<일곱 명의 술래잡기> 겉표지 ⓒ 북로드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호러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미쓰다 신조는 살인사건 같은 범죄를 다루는 미스터리 속에 기괴하고 불가사의한 호러의 요소를 뒤섞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다소 모순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스터리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추리가 바탕이 된 이야기지만, 호러는 부조리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섞인다면 그 상승효과는 엄청나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터졌는데 그 배경에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괴담이나 전설이 깔려 있다면 이만큼 흡입력 있는 작품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작가들에게 꽤나 난해한 주제다. 복잡한 살인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괴기 요소까지 더해야 한다.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사건도 사건이지만 양념이 되는 호러의 측면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관심은 크게 두 가지 관점이다. 작가는 어떻게 범죄와 호러를 적절하게 결합시킬까. 그리고 상식적이지 않아 보이는 괴담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살을 생각하는 중년 남성

미쓰다 신조의 2011년 작품 <일곱 명의 술래잡기>에서도 작가는 호러와 미스터리를 결합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다른 작품인 '도조 겐야 시리즈'의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등에서도 범죄와 괴기를 뒤섞는 작풍(作風)을 보여준 바 있다.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도조 겐야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도조 겐야 시리즈가 폐쇄된 산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다루었다면,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그 무대를 대도시의 한복판으로 옮겨왔다. 폐쇄된 외딴 마을과 호러는 비교적 양립이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모여 있는 대도시에서 괴담과 관련된 살인이 터진다면 거기에 대한 호기심은 배가 될 것이다.

<일곱 명의 술래잡기>의 무대는 일본 도쿄도의 서부인 니시도쿄다.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생명의 전화' 상담원인 누마타 야에는 어느 토요일 밤 괴상한 전화를 한 통 받게 된다. 전화기 속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말을 꺼낸다.


상담원 야에는 그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지만 차분하게 상담을 시작한다. 전화를 건 사람은 40대의 남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다.

죽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살고 싶은 본능도 있는 법. 그 남성은 죽기 전에 일주일 동안 매일밤 한 통씩 어린시절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기로 작정한다.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자살을 하루 미루고, 받지 않으면 그날 자살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벌이는 '전화 게임'인 셈이다.

남성은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 명의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토요일이 되자 상담원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야에는 성의껏 상담에 응하고 자살하려는 남성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쓸모가 없었는지 그 다음 날부터 기이한 연쇄살인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죽음을 부르는 술래잡기

<일곱 명의 술래잡기>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이 떠올랐다. 두 작품에서는 모두 외딴 마을이 배경 중 하나이고, 그곳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지 말라고 금지시키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 들어가는 아이들 중 일부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다.

어린 아이들에게 금지된 장소는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금지된 장소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온다면 금기를 깨트렸기 때문에 자신이 왠지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도 생길 것이다.

호러 미스터리를 읽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무서운 이야기에 겁을 내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실제로 이런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오싹해질 때가 있다. 밤에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기가 꺼려질 정도로.

공포 역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작품 속에서는 온갖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지만, 현실 속의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공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 역시 그런 즐거움에 적합하다. 대신 작품 속의 기이한 현상에 대한 정체는 너무 논리적으로 따지지 말도록 하자. 작품이 주는 괴이한 분위기에 푹 젖어서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일곱 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씀, 현정수 옮김, 북로드 펴냄, 2013년 1월, 470쪽, 1만3800원

일곱 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3


#일곱 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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