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승계' 의원마저... 어린이집에 '백기'

어린이집 규제 법안에 발끈한 원장들 "불태워 죽이겠다" 협박

등록 2013.05.06 18:13수정 2013.05.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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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아를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는 보육교사들이 일해왔던 부산 수영구의 D어린이집. 공립어린이집인 이 어린이집은 부산 수영구청이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영아를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는 보육교사들이 일해왔던 부산 수영구의 D어린이집. 공립어린이집인 이 어린이집은 부산 수영구청이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 오마이뉴스 엄지뉴스


보수 기독교에 무릎 꿇어 차별금지법을 철회한 국회가 이번에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단체 행동에 백기를 들었다.

새누리당 의원 13명은 어린이집에서 보조금을 허위 청구하는 등의 문제가 잇따르자, 지난 달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4일 만인 지난 3일 이를 철회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낙선 운동'을 무기로 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 어린이집 원장들은 전화는 물론이고 직접 방문 등의 수단을 동원해 법안 발의 의원과 의원실 보좌관들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회가 이익단체와 종교단체의 무차별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국회 '입법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김성태·박대동·박성효·서용교·윤명희·이운룡·이주영·이한성·이현재·정문헌·최봉홍·하태경·한기호)이 지난달 18일 발의한 '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보육 담당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조금·보육비·양육수당의 부당수령 및 어린이집 운영 불법행위 등 관련 범죄만 규제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으로,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법안이 정식 발의된 지 일주일여 흐른 지난달 25일, 사단법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가정어린이집 분과는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법안 철회 요구서를 의원실에 접수했다. 이들은 요구서를 통해 "지금의 행정규제도 과도한 면이 있어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달 28일에는 '법안 철회를 위한 공동 지침'이 한어총 뉴스레터에 게재됐다. 지침에는 '법안에 서명한 의원이 10명 이하일 경우 (법안이) 자동 취소된다'는 내용과 함께 적극적 항의 활동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밤길 조심하라" 협박에 어린이집 규제 법안 철회


이후,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법안을 발의한 의원과 보좌진의 연락처가 문자로 공지됐다. 의원실에는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들의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은 물론 "불태워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들이닥친 어린이집 원장들은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 5~6명이 발의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법안은 지난 3일 철회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울산 지역 신문에서 법안 발의를 보도한 직후 이틀 동안 심각하게 전화가 많이 왔다"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부터 낙선운동 협박까지 이어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추진한 법안이 철회돼 의원도 매우 아쉬워 하고 있다"며 "지역구 의원 가운데에는 항의전화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원도 있었지만 피해 보는 의원들이 있어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단 법안을 철회한 이 의원은 공청회 등을 거쳐 법안을 재발의할 예정이다. 새로 발의할 법안에는 어린이집 학대 문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과 더불어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들의 집단행동에 호된 맛을 본 의원들이 법안에 서명해줄지 미지수다. 실제 이 의원실 관계자는 "공동발의를 다시 받기 어려울 거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직에서 사퇴한 후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이 의원의 경우 지역구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해당 지역구 내에 있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단체 행동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어린이집의 부정행위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보조금 허위 청구 등을 한 어린이집은 924군데였고 환수금액은 71억 원에 달했다. 2011년에는 1230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보조금 부정 수급 등으로 적발돼 행정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은 1629곳에 달했다.
#어린이집 #법안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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