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생선팔도 요리 중 최고인 전라도 요리는 각종 생선과 신선한 해물이 주재료다. 서대, 삼치, 노래미, 병어, 금풍생이, 전어, 홍어, 낙지를 비롯한 전라도의 맛깔난 생선들은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즐비하다.
김학용
어느날 전라도 생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슬그머니 안주를 챙기던 꽁치, 그만 멍게한테 들켜버렸다. 멍게는 꽁치에게 "움마? 쪽팔리게 안주를 '꽁치'냐?"며 나무랐고, 무안한 꽁치는 "아따, 안주가 나하고 좀 '멍게' 그래 부렀네?"라며 둘러댔다. 가장 많이 취한 꼴뚜기는 하염없이 딸꾹질을 해댄다. "꼬올 뚝~! 니들은 시방 몇 항년인디 싸우고 난리들이냐? 꼬올 뚝~!"
이때 술 취한 홍어, 갑자기 말 많은 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홍어는 갈치를 향해 평소의 감정을 실어 "니는 쩌어기 경상도나 충청도서도 자주 보이든디, 출신성분도 애매한 니가 요즘엔 우리를 '갈치'려고 드냐?"고 따진다. 홍어 말에 열 받은 갈치는 "오메, 만만한 게 '홍어X'이냐? 에라이, 이 '홍어X' 만도 못한 놈아!"라며 역정을 낸다. 홍어에서 나오는 전라도의 힘흔히 도는 우스개 이야기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만만한 게 홍어X(수컷의 생식기)'이란 표현이 요즘 자주 들려온다. 종북·좌파 의미까지 더해진 '냄새나는 홍어'라는 표현은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특히 '홍어X'라는 말은, 홍어 수컷을 잡으면 아무 쓸모없는 생식기부터 먼저 떼어낸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주로 '만만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홍어' 이름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는 건, 곧 전라도의 바탕을 부정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 전라도 사람의 힘의 원천은 홍어에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리라. 오죽하면 "홍어를 못 먹으면 전라도 사람도 아니랑께?"라는 말이 있을까.
누가 뭐라 해도 홍어는 전라도에서 최고 귀한 대접을 받는 생선이다. 얼마나 좋은 홍어가 나왔느냐에 따라 잔치의 품격과 수준이 정해지기도 한다. 보통 홍어를 삭혀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흑산도에서는 삭히지 않고 회로 먹고, 목포에서는 살짝만 삭혀서 먹기도 한다.
삭힌 홍어와 삶은 수육, 김치를 함께 먹는 '삼합'. 삼합의 풍족하고 깊은 맛을 그 어떤 음식이 따를 수 있단 말인가. 떠올리기만 해도 자꾸만 침이 고이는 강렬한 맛이다. 이렇게 기교를 부리지 않은 조합만으로도 환상적 맛을 자랑하는 삼합도 전라도에서는 '생선요리의 하나'일 뿐이다.
톡 쏘는 홍어를 자랑스럽게 먹을 만큼 독특한 식문화를 갖고 있는 전라도의 음식은 각종 생선과 신선한 해물이 주재료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맛깔나는 생선요리의 탁월함과 조리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임금님 수라상에까지 오른 귀한 음식 서대회, 입 속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삼치회,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인심을 맛 볼 수 있는 게장,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으뜸인 노래미탕, 담백함이 일품인 장어탕과 장어구이 등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다.
팔도 중 최고인 전라도 음식은 푸짐한 해산물과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오는 갖가지 반찬이 특징이다. 전라도에서는 다른 구경 하나도 안 하고 생선요리만 찾아 다녀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전라도를 찾는 사람이 '볼거리'보다 '먹을거리'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전라도 해변 여행... 생선만 찾아 나서도 좋다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의 3박자가 잘 어우러진 전라도 해변을 따라 발길이 머무는 데로 심신에 보약이 되는 맛있는 생선요리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