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금강... "지금 당장 수문 열어야"

[현장] 물고기 사체에 침식과 재퇴적까지... "4대강 재검토 절실"

등록 2013.07.10 21:41수정 2013.07.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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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 상류 1km 지점에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질이 가득한 가운데 조류제거선이 묶여있다.
공주보 상류 1km 지점에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질이 가득한 가운데 조류제거선이 묶여있다. 김종술

수십 년간 금강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버드나무 군락지 10여 곳에선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물가에는 적지 않은 물고기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죽어가고 있었다. 낚시꾼에 잡힌 물고기도 붉은 반점에 상처가 생겨 만지질 못할 정도였다.

10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조용준 활동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등과 함께 금강 전 구간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물고기 옆구리에 붉은 반점과 상처가 가득"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 크고 작은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버드나무가 죽어있다.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 크고 작은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버드나무가 죽어있다. 김종술

먼저 찾아간 공주보 상류 1.5km 지점 쌍신공원에는 장맛비에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각종 쓰레기가 물가를 뒤덮은 가운데 조류제거시설 바지선이 물가에 묶여 있었다. 인근 버드나무 군락지는 대부분 죽은 나무로 뒤덮인 채 서너 명의 낚시꾼이 배스와 붕어를 잡아내며 손맛을 보고 있었다. (관련기사: 4대강 수질 좋아졌다더니... 녹조제거에 '34억' 투입)

이인면에서 왔다는 A(60)씨는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올라오는 물고기마다 옆구리에 빨간 반점과 피멍이 들어 있고 일부는 파인 상처가 있다"며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죽은 물고기도 예전과 비교하면 더 많이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씨는 "젊은 시절부터 자주 찾고 있는데 옛날에는 금강 물고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달아서 보약처럼 여기며 잡아서 찜이나 탕을 해서 먹었는데 보를 막고부터는 물에서 악취가 풍기고 잡은 고기도 찜찜해서 먹지 못하고 놓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에서 산다는 C씨는 "운동 삼아 강변에 자주 나오는 편인데 지난해부터 물가에 버드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며 "물속에 잠긴 버드나무는 다 죽었지만,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보가 생기면서 수심이 깊어지면서 나무가 숨을 쉬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공주보 수력발전소는 각종 쓰레기로 뒤덮인 가운데 보 하류에서는 중장비가 도로를 정리하고 있었다.

치성천 가마교 또다시 침식


 치성천 서천공주간고속도로 밑 제방이 유실되고 있다.
치성천 서천공주간고속도로 밑 제방이 유실되고 있다. 김종술

일행은 치성천 가마교를 찾았다. 이곳은 4대강 준설 때문에 역행침식이 일어난 곳이다. 가마교의 교각 밑동이 드러나 국토부가 보강공사를 했지만, 다시 침식되면서 문제가 발생해 사석보호공(약 8m)을 다시 설치하면서 이것이 물길을 막았다. (관련 기사: 악취와 죽은 물고기, 녹조... 4년 만에 바뀐 금강의 운명)

다시 찾은 이곳은 지난번에 설치한 사석보호공 중앙부가 유실되어 물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상류 300m 지점 서천공주간고속도로 교각 밑동이 2m 정도 파여 있었다. 교각에 의해 물길마저 옆으로 옮겨가면서 4m 정도 제방이 무너져 내리고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보였다.

일행은 다시 지난번 농경지 150여 미터 구간이 무너져 내린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백제보 하류 청양군에서 흘러드는 지천의 1km 지점에서는 지천과 맞닿은 곳으로 지난번과 다르게 지천의 하상이 낮아지고 제방도 계속해서 유실되고 있었다. (관련기사: "역행침식 때문에 농경지 100여 평 떠내려갔다" )

"4대강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치성천 서천공주간고속도로 교각 밑동이 2m 가량 파이면서 안전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치성천 서천공주간고속도로 교각 밑동이 2m 가량 파이면서 안전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김종술

이경호 국장은 "다행히 올해는 큰 장맛비가 안 와서 대규모 침식은 없었지만, 치성천 가마교 같은 경우 추가 침식이나 안전성 문제로 대비가 필요해 보이고,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지점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침식과 재퇴적이 일고 있어 4대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중 활동가는 "오늘 만난 많은 분들이 금강의 수질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며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흐르던 강물에 콘크리트를 붓고 물그릇만 키웠다고 해서 '수질이 좋아 질 것이다'는 정부의 어리석은 판단이 오늘날 이런 잘못을 가져온 것으로 지금이라도 당장 수문을 열어야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집단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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