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취급받은 김석기 사장

[국감-국토위] 국감 9시간 동안 다섯 번 입 떼... 용산참사 영상에는 '먼 산'

등록 2013.10.17 21:22수정 2013.10.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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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석기 여야 공방에 난감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인천국제공항-한국공항공사 국감에서 여야간 계속된 '김석기 사장 증인 채택 공방'에 자신이 써 놓은 메모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김석기 여야 공방에 난감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인천국제공항-한국공항공사 국감에서 여야간 계속된 '김석기 사장 증인 채택 공방'에 자신이 써 놓은 메모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 이희훈


어렵사리 국감장에 출석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투명인간' 대접을 받았다. 1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석기 사장이 국감이 종료한 때인 오후 7시까지 받은 질문은 단 다섯 건.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받은 간단한 질문에 불과했다.

나란히 앉은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여야 의원들의 쉴새없이 질의에 답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김석기 사장은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석기 사장의 국감장 퇴장을 요구하며 한때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자 앞에 놓인 노트북에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 사퇴'라는 A4용지를 써 붙이며 김 사장의 국감장 퇴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이날 민주당이 김 사장에 대한 증인선서만 받고, 질의는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국감이 속개될 수 있었다.

야당은 공항공사에 대한 모든 질의는 김석기 사장 대신 장성호 부사장을 상대로 했다. 사장은 침묵하고 부사장이 모든 보고를 하는 어색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은 주질의 때 용산참사를 언급하며 김 사장을 질타했다.

a 정창수 사장 '피곤', 김석기 사장 '어색'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증인석에서 각각 어색한 모습과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정창수 사장 '피곤', 김석기 사장 '어색'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오른쪽)과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증인석에서 각각 어색한 모습과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 이희훈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을 국감장에서 틀었다. 용산참사 유족들의 절규가 담긴 영상이 국감장 내에 울려퍼지자  김석기 사장은 먼 곳을 응시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윤 의원은 "김석기 전 청장은 당시 무리한 진압을 지시한 용산참사의 책임자"라며 "죄는 절대 돌이킬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있을 뿐"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어 같은 당 이미경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국감을 하는 마음이 무겁다"며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어 앉아있는 김석기씨 때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영상을 보니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아프다"며 울먹였다. 그는 "용산참사 당시 무전기를 끄고 있어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시 주요 공직을 맡기냐"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편 김석기 사장은 긴 침묵을 지키다 여당의 용산사태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하게 대답을 하기도 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용산사태는 적법시위냐 불법시위냐"라고 묻자 김 사장은 잠시 망설인 뒤 "불법시위"라고 답했다. 이어 심 의원이 "공권력은 화염병, LPG가스 등 불법시위를 진압해야 하는 건가 아닌가?"라고 묻자 이내 김 사장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같은 당 함진규 의원도 "늘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이 본질을 벗어나 정작 민생감사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법조인도 많은데 김 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김 사장을 변호했다.

한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소속 유가족들은 이날 아침 김석기 사장이 국감장에 출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감이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는 "김석기의 공항공사 사장 취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퇴진할 때까지 어디든 따라다니며 퇴진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혀 김석기 사장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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