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 방해성당 안에 입장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미사 전부터 소란을 피웠다. 그들 중에는 신지가 아닌 사람들도 있어 보였다.
서경렬
그리고 나는 그들의 실상을 똑똑히 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쯤 고현성당에 도착하니, 이미 성당 앞은 군복들로 점령되어 있었다. 여러 대의 고엽제전우회 차량들이 보였고, 살벌한 내용의 현수막을 펴든 100여 명의 군복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군가들을 불렀다.
성당 안에도 군복 차림이 아닌 노인 20명 가량이 일찌감치 입장하여 한 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대수천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미사 시작 전부터 소란을 피웠다. 제대 뒤에 설치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라는 표어를 떼고 미사를 지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미사가 거행되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안했고,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이상원 신부가 강론을 마친 후에도 질문을 하겠다며 일어서기도 했고, '영성체 후 기도' 다음 한 신부가 성명서를 낭독할 때는 한 여성 노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성명서 낭독 중간중간에 소수 대수천 회원들을 제외한 모든 신자들이 뜨겁게 박수를 치곤해서 그 소란을 가라앉히곤 했다.
나는 이 글에서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라는 표기를 하지만, 이 표기가 온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성당 안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고 미사를 방해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성호를 그을 줄도 모르고, 사제들의 강복기도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찌 신자일 수 있는가.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신자들이 어떻게 성당 안에서 미사전례 중에 소란을 피울 수 있는가. 시국미사에 대한 그들의 거부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거부감을 꼭 그런 식으로 표출해야 하는가.
성당 안에서 거행되는 미사전례를 일부 신자들이 격렬한 항의와 몸싸움으로 방해한 사건은 시국미사 초유의 일이자,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시국미사에 참여해 상황을 지켜본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우리나라 교회 역사상 미사 중에 소리를 지르면서 미사를 모독한 행위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사 중에 자신의 뜻과 미사 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항의하는 것은 미사를 모독한 것이다. 어떻게 이념을 앞세워 거룩한 미사성제를 모독할 수 있는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