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수' 미사, 제발 부탁이다

[주장] 보수단체 시국미사 방해 난동, 비겁하고 치사하다

등록 2014.01.29 16:32수정 2014.01.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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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저녁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대전교구 시국미사 때까지만 해도 보수단체 회원들의 미사 방해 행동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부터는 천주교 시국미사를 방해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거친 행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지난 6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기산면 기산성당에서 열린 수원교구 시국미사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규모로 나타났다. 군복 차림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어버이연합 회원 노인들이 가세한 형국이었다. 군복 차림의 한 노인은 허리에 찬 가스총을 빼들고 신자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24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대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평신도들의 모임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제4차 시국기도회 겸 창립식 행사 때도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타났다. 수십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은 일찍부터 프란치스코회관 앞 길 건너편에 진을 치고 확성기로 시끄러운 음향을 계속 뿜어댔다.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창립식 겸 시국기도회  시국기도회의 주요 행사로 좌담회가 있었다. 좌담회에는 왼쪽부터 툿징 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도원의 소희숙 수녀, '우리신학연구소' 김항섭 이사장,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정중규 부소장, 대자보 바람을 불러일으킨 고려대생 주현우 씨 등이 참여했다.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창립식 겸 시국기도회 시국기도회의 주요 행사로 좌담회가 있었다. 좌담회에는 왼쪽부터 툿징 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도원의 소희숙 수녀, '우리신학연구소' 김항섭 이사장,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정중규 부소장, 대자보 바람을 불러일으킨 고려대생 주현우 씨 등이 참여했다. ⓒ 홍원석


그리고 경찰 병력이 회관 앞을 막았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하는 신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시국기도회에 참석하는 신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나도 회관으로 들어가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그들은 내 나이 탓인지 나를 보수단체 회원으로 오인한 것 같았다. 보수단체 회원이 회관 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오인을 했는지 단호하게 내 몸을 막아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다행히 안에서 나를 본 가톨릭행동 실행위원들이 뛰어나온 덕에 나는 겨우 입장을 했다.

기도회가 진행되는 내내 밖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음향에 큰 분심과 비애를 겪어야 했다. 그들은 "종북세력은 북으로 가라" "북한의 인권과 인민해방을 위해 북에 가서 싸우라" "시국기도회를 하는 시간과 그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라" 등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들은 천주교 신자들이, 또 정의구현사제단과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이 북한 인민과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그 노력의 연장선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불법 부정선거로 탄생한 '신유신정권'에 저항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

마산교구 시국미사를 방해한 난동


마산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이 주회한 마산교구 시국미사가 27일 오흐 7시 30분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거행되었다.

마산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이 주회한 마산교구 시국미사가 27일 오흐 7시 30분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거행되었다. ⓒ 전재우


나는 엊그제 저녁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열린 마산교구 시국기도회에도 참례하고 돌아왔다. 충남 태안에서 경남 거제시를 다녀오자니 1박2일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었다. 몸 건강문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하느님께서 잘 돌보아주시리라는 믿음으로 결행할 수 있었다.

나는 지난해 11월 22일 저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전주교구 시국미사부터 전국 각지의 시국미사에 매번 참례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의 모든 교구들과 수도회에서 순차적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할 터인데, 나는 모든 시국미사들에 원근을 가리지 않고 적극 참례할 예정이다. 시국미사는 사제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어느 한 곳 본당만의 전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이 힘껏 참례하면 사제들과 평신도들이 일치를 이뤄 하느님께 더욱 뜨겁게 기도를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제도로 가는데 한 가지 걱정이 앞섰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이 글에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보수' 또는 '보수단체'라는 표기를 하지만 늘 그게 올바른 표현일까 의구심이 든다. 불법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것이 어째서 보수일까? 그게 진정한 보수일까? 불법 부정선거를 비호해서 결국 어쩌자는 것일까? 그들의 주장을 듣노라면 너무도 아득하고 암울한 심정이 되곤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에 반대하는 일부 신자들이 고현성당 시국미사 참석을 예고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발족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아래 대수천)'의 마산 지역 회원들이 직접 미사에 참석해서 사제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거나 강론을 하면 성토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의 하춘수 신부는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하면서 불법 부정선거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뿐이다. 우리와 의견이 다른 분들이 오신다 해도 상식을 가진 분들이니 기본적인 예의와 원칙을 지켜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도 하춘수 신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대수천' 회원들이 미사 중 소란을 피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사제들이 정치 관련 발언을 하거나 강론을 하면 성토를 하겠다니, 성당 안에서 소란을 피우겠다는 얘기인가? 불법 부정선거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이니 사제들이 그런 지향의 기도와 발언을 할 것이 뻔한데, 저들이 무슨 권리로 미사전례를 방해하며 성토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국미사 방해 성당 안에 입장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미사 전부터 소란을 피웠다. 그들 중에는 신지가 아닌 사람들도 있어 보였다.

시국미사 방해 성당 안에 입장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미사 전부터 소란을 피웠다. 그들 중에는 신지가 아닌 사람들도 있어 보였다. ⓒ 서경렬


그리고 나는 그들의 실상을 똑똑히 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쯤 고현성당에 도착하니, 이미 성당 앞은 군복들로 점령되어 있었다. 여러 대의 고엽제전우회 차량들이 보였고, 살벌한 내용의 현수막을 펴든 100여 명의 군복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군가들을 불렀다. 

성당 안에도 군복 차림이 아닌 노인 20명 가량이 일찌감치 입장하여 한 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대수천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미사 시작 전부터 소란을 피웠다. 제대 뒤에 설치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라는 표어를 떼고 미사를 지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미사가 거행되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안했고,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이상원 신부가 강론을 마친 후에도 질문을 하겠다며 일어서기도 했고, '영성체 후 기도' 다음 한 신부가 성명서를 낭독할 때는 한 여성 노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성명서 낭독 중간중간에 소수 대수천 회원들을 제외한 모든 신자들이 뜨겁게 박수를 치곤해서 그 소란을 가라앉히곤 했다.   

나는 이 글에서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라는 표기를 하지만, 이 표기가 온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성당 안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고 미사를 방해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성호를 그을 줄도 모르고, 사제들의 강복기도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찌 신자일 수 있는가.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신자들이 어떻게 성당 안에서 미사전례 중에 소란을 피울 수 있는가. 시국미사에 대한 그들의 거부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거부감을 꼭 그런 식으로 표출해야 하는가.

성당 안에서 거행되는 미사전례를 일부 신자들이 격렬한 항의와 몸싸움으로 방해한 사건은 시국미사 초유의 일이자,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시국미사에 참여해 상황을 지켜본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우리나라 교회 역사상 미사 중에 소리를 지르면서 미사를 모독한 행위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사 중에 자신의 뜻과 미사 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항의하는 것은 미사를 모독한 것이다. 어떻게 이념을 앞세워 거룩한 미사성제를 모독할 수 있는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불법부정선거 규탄 구호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신자들은 더욱 뜨겁게 구호를 외치며 마산교구 사제들의 성명서에 지지를 표시했다.

불법부정선거 규탄 구호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신자들은 더욱 뜨겁게 구호를 외치며 마산교구 사제들의 성명서에 지지를 표시했다. ⓒ 전재우


나는 그날 밤 거제도의 한 바닷가 콘도에서 성염 대사 부부, 경남 사천 출신 강기갑 전 국회의원, 경기도 안성 유무상통마을 방구들장 신부님 등과 장시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성염 전 대사는 시국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 대해서 "교회는 분열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것은 단순히 소수 극우론자들이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일 뿐이에요.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현 정권과 언론이 정진석·염수정 추기경의 발언을 확대 재생산했기 때문이에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 182항에는 '사제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가 요구하는 모든 자리에서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183항에는 '그 누구도 우리 성직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국가생활은 접어놓고 마음의 평화만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마산교구 하춘수 신부 역시 "가톨릭 신자들로서 기본 소양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적어도 신자라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미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인가?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여, 별도의 집회를 여시라

나는 다음날 태안으로 돌아오면서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국미사 방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들이 앞으로도 전국 각지의 시국미사들을 쫓아다니며 방해를 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나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 또 각 수도회와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에서 봉헌하는 시국미사와 시국기도회를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해를 하는 것은 일단 비겁하고 치사한 짓이다.

성당 밖의 미사 방해 보수단체 회원들은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성당 밖에서 계속적으로 소란을 피웠다.

성당 밖의 미사 방해 보수단체 회원들은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성당 밖에서 계속적으로 소란을 피웠다. ⓒ 전재우


천주교 신자들은 기도하는 사람들이고, 기도로써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이들이다. 또 천주교 사제들은 미사를 거행하고 성사를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사제들은 정당이나 노조 등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없다. 그러나 삶의 문제인 정치문제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얼마든지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들은 불의와 부정에 대해 뼈아파 하는 국민의 소리를 하느님께 호소하며 소청과 기원을 드릴 수 있다.

그들은 정치문제와 관련하여 거리에 나가 대중연설을 할 수도 없고, 직접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는 없으나, 하느님에게 부여받은 사제의 권한으로 미사를 통해 세상의 소리를 하느님께 올릴 수 있다. 그것을 억압하고 제지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누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방해하는가.  

그러므로 독성죄에 해당하는 방해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자신들만의 별도의 집회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 시국미사와 시국기도회를 쫓아다니며 소란을 피우고 방해할 게 아니라, 그들만의 별도의 집회를 열어 시국미사를 비난하든 뭔가를 주장하는 게 떳떳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집회 목적과 이유를 얼마든지 밝힐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제들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제들과 함께 '국정원 사수'와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미사도 지낼 수 있지 않은가. 상황에 따라서는 '불법 부정선거 옹호'라는 구호도 내걸 수 있지 않은가. 그런 구호들을 내걸고 별도의 집회 행사를 여는 게 옳지, 왜 다른 쪽의 미사와 기도회를 쫓아다니며 '맞불집회'라는 이름의 행동으로 방해를 하는가.

나도 때로는 군복을 입는 고엽제전우회 회원으로서, 또 하느님께 늘 기도하며 사는 천주교 신자로서 고엽제전우회와 '대수천'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께 감히 제언을 하고자 한다.

다른 쪽의 시국미사나 기도회를 쫓아다니며 방해하지 말고, 제발 별도의 집회를 열어 당신들의 주장을 밝히시라. 당신들이 설령 '불법 부정선거 옹호'를 주장한다 해도 당신들의 집회를 방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들처럼 남의 행사에 가서 조직적으로 간섭하고 방해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당신들과 이쪽의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별도의 집회를 여시라. 그것이 떳떳하고 신사적인 모습이다. 부디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천주교 마산교구 시국미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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