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오마이뉴스> 마포구 서교동 사옥에서 열린 '통일대박' 점검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권우성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1일 '통일대박론 점검 좌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론'에 대해 야당과 진보개혁세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 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6·15 , 10·4선언' 삭제 논란이 보여주듯 야권이 자기문제를 풀어가는 데 서툴렀고, 이것이 역사인식 갈등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야권의 미숙함을 드러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날 나눈 문답이다.
"진보, 보수 통일 프레임에 갇혀"... "햇볕정책 믿음체계 아니야, 교정 가능"사회 : 통일대박론에 대한 야권과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연철 :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박근혜 정부 통일담론의 가장 큰 약점은 과정이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없는 담론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산적한 남북관계 현안 같은 구체적 쟁점을 가지고 물고 늘어져야 했다.
두 번째는 종북공세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보수의 종북공세는 이데올로기이면서 정치전술이다. 여기에는 정치전술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정책으로 대응해왔다. '우리는 종북이 아니다' '튼튼한 안보'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좀 보수적으로'하는 식으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강령 작성 과정에서 '6·15 , 10·4선언' 삭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이철희 : 생각이 많이 다르진 않은데, 조금 다른 점은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약간 거칠게 말하자면 지금은 햇볕정책도 대중적 인식수준에는 별로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거다. 상당히 보수화되어 있는 대중적 의식을 감안한다면 정치세력이 이런 면을 무시하고 원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햇볕정책의 공과에 대해서도 짚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북한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도 냉정히 봐야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민 없이 전체적으로 구도를 짜다 보니 이 안에 보수 세력에서 공세를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진보세력 스스로가 혁신하는 성찰이 필요했음에도 보수진영이 제기한 프레임에 과도하게 갇혀 있었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창수 :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의도에 대한 분석이 약했다는 점이다. 진보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이 국민의 이해를 얻어가는 정책을 취하거나 내 정책을 카피할 때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즉 대응방식과 전략을 내기 위해선 그쪽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보수가 제기한 프레임에 너무 갇혀 있었다. 통일문제에 대해 말 한 번 잘못 꺼내면 종북으로 몰릴까봐 일단은 북한을 한 번 비판해놓고 할 말을 꺼내려다보니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이 박 대통령은 거침없이 '통일은 대박'이라 하고 쭉쭉 나간다. 박 대통령의 말을 기정사실화하고, 통일논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만들어서, 박 대통령 자신이 했던 말에서 물러서지 않게 만들고, 또 모순되는 부분들을 지적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대응하지 못했다.
세 번째로는 시민단체쪽으로만 보면, 만약 문익환 목사님이 살아계셨으면 판을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통일준비비상시국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대통령 만나자, 통일부 장관 만나자고 해서 진정성이 뭐냐고 묻기도 하면서 흐름을 선도해가거나, 경쟁담론으로써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시했을 것 같다. 현재 시민사회의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