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매발톱, 붓꽃... 이 약초였다니

옥상에 약초원이 있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허준 박물관

등록 2014.04.07 21:45수정 2014.04.07 21:45
0
원고료로 응원
a  허준 선생이 인자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박물관 입구의 동상.

허준 선생이 인자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박물관 입구의 동상. ⓒ 김종성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지하철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연못이 있는 구암공원이 나온다. 구암은 우리나라의 의성(醫聖)이자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의 호다. 선생은 1537년 서울시 강서구 등촌2동 능안마을(당시 지명은 경기도 양천현 파릉리)에서 태어났다. 허준이 나고 생을 마친 이 지역은 양천 허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구암 공원 옆에 허준 박물관이 있는데 입구에서 인자한 모습의 허준이 누워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동상과 부조상이 맞이한다. 허준의 인물됨을 잘 드러내는 모습으로 박물관이 입구부터 친근하게 느껴진다. 박물관 뒤편에는 공교롭게도 대한한의사협회와 강서구한의사협회가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은 한의학 관련 유물이나 전시물과 함께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지는 허준 선생의 자취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자 선조는 피난길을 끝까지 함께 한 호종공신(扈從功臣) 열일곱 명 중의 하나인 허준에게 다시 종1품 숭록대부(崇祿大夫) 벼슬을 내렸다. 선조가 세상을 떠나자 선조의 지나친 총애에 시기를 하던 신료들이 어의로서 선조 임금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를 묻고 나섰다. 이에 광해군은 허준을 감싸 안았으나 계속되는 신료들의 질시와 견제에 어쩔 수 없어 허준은 1년 8개월의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a  각종 약재를 직접 약 봉지에 싸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있다.

각종 약재를 직접 약 봉지에 싸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있다. ⓒ 김종성


기록에 의하면 귀양지가 바로 탑산의 바위굴(공암)이고 <동의보감>도 귀양살이 중에 편찬하였다고 한다. 선생의 호인 구암(龜巖)도 동네에 거북처럼 생긴 산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이러한 허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가양동의 탑산 아래 그의 호를 딴 구암공원을 조성하고 허준박물관을 세웠다.

옥상에서 약초를 재배하고 있는 박물관

a  박물관 해설사가 들려주는 설명과 이야기가 유익하고 재미있다.

박물관 해설사가 들려주는 설명과 이야기가 유익하고 재미있다. ⓒ 김종성


a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옛날 한의원과 내의원의 모습이 흥미롭다.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옛날 한의원과 내의원의 모습이 흥미롭다. ⓒ 김종성


박물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천장에 침통을 형상화한 원통형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2층 허준 기념실, 의약기실, 내의원실 등에는 보물로 지정된 '구급간이방', '신찬벽온방'을 비롯해 의서와 의약기기 등 소장품 822점이 전시돼있다. 박물관에서는 여러 시기, 여러 나라 다양한 판본의 동의보감을 볼 수 있으며 동의보감 제작 과정과 당시 한의원의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거친 생생한 모형으로 다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는 3층엔 허준 기념실에서 시작해 약초 약재실, 의약기기실, 내의원과 한의원, 체험공간실을 따라가며 이뤄진다. 허준 기념실은 허준과 관련한 유물 및 동의보감 제작 과정과 집필 모형 등이 주를 이룬다. 또한 허준의 영정과 가계도, 내의원에서 입었던 복식들도 상세하게 전시한다.


허준 박물관은 시각적으로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터치스크린이나 홀로그램을 두어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약재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체험공간실이 있어 인기다. 약초 약재실에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초와 약재를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의약기실에는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주요 기기들을 분야별로 분류해두었다. 침통이나 약숟가락, 약저울 등의 작은 기기들도 있고 약연기나 절구, 약작두, 약탕기 같은 흥미로운 의약기 등도 볼 수 있다.

a  박물관 옥상정원엔 포토존이 있을 정도로 한강 전망이 참 좋다.

박물관 옥상정원엔 포토존이 있을 정도로 한강 전망이 참 좋다. ⓒ 김종성


a  허준 선생이 한약재로 썼던 약초들을 키우고 있는 박물관 옥상의 약초원.

허준 선생이 한약재로 썼던 약초들을 키우고 있는 박물관 옥상의 약초원. ⓒ 김종성


특히 박물관이 자랑하는 옛 내의원과 한의원을 재현한 미니어처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의 시대상과 의원의 풍경을 세밀하게 재현해냈다. 창덕궁 내의원과 일반 한의원의 공간의 특성과 구성을 비교해 당시의 의료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궁중의 의료기관을 재현한 미니어처는 국내에 유일하다고. 그 규모도 만만치 않아 처음 찾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박물관 4층 옥상엔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초들을 직접 기르고 있는 전망까지 좋은 '약초원'이 있어 특별하다. 2600㎡ 규모 약초원에는 허준이 동의보감을 통해 소개한 약초 1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예쁘고 때깔고운 들꽃인줄로만 알았던 쑥부쟁이, 매발톱, 붓꽃 등이 약초 혹은 한약재로 쓰였다니 꽃마다 꽂혀있는 안내판을 흥미롭게 읽게 된다. 옥상정원에는 포토존이 따로 있을 정도로 한강 풍경이 시원스럽게 트여있어 커피나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가기 참 좋았다.
덧붙이는 글 ㅇ 운영일시 ;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ㅇ 입장료 ; 800원 (초중고생 500원)
ㅇ 이용문의 ; 02) 3661-8686
#허준 박물관 #강서구 가양동 #약초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