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는 쉬어도, 만나기는 어렵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76] 別

등록 2014.05.29 18:14수정 2014.05.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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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別 나눌 별(別)은 살점을 발라낸 뼈를 쌓아서 만든 모양인 과(?)와 칼 도(刀)가 합쳐진 형태이다.

나눌 별(別)은 살점을 발라낸 뼈를 쌓아서 만든 모양인 과(?)와 칼 도(刀)가 합쳐진 형태이다. ⓒ 漢典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는 공감을 쉽게 하고, 공감은 소통을 낳는다. 생산적인 창의성도 남과는 '다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남다른 구상과 기발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을 '별출심재(別出心裁)'라고 하는데, 미래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바일 것이다.

'다름'은 '틀림'과 다르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늘 같은 것에 길들여져 있는 탓인지 여전히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동진(東晉, 317~419) 시대 청렴결백과 지조로 유명한 왕공(王恭)이 어느 날 친척이 와서 대나무 돗자리를 달라고 하자 선뜻 내주고, 자신은 풀로 엮은 자리에서 지냈다고 한다. 물욕이 없이 검소한 생활을 이르는 말인 '별무장물(別無長物)'이 여기서 생겨났다. 그러나 현대 중국어에서 이 말은 삶의 여유가 없는 가난한 상태를 이르는 데 더 많이 쓰인 듯하다.

나눌 별(別, bié)은 살점을 발라낸 뼈를 쌓아서 만든 모양인 과(冎)와 칼 도(刀)가 합쳐진 형태이다. 제례에 쓰기 위해 소다리뼈 등의 살을 발라낸 다음, 쌓아서 누각 형태로 지탱해 놓은 모양이다. 살과 뼈를 나누는 일에서 '구분하다, 다르다, 헤어지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해서체의 글자 형태에서 보듯 중국에서 사용하는 다를 별(別)은 입 구(口) 아래 힘 력(力)을 쓰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또 '나누다, 특별하다' 등의 의미 외에 '~하지 마라(不要)'는 의미가 있는데, 그 연유에 대해 '불요(不要)'와 발음이 비슷한 '불야(不也)' 혹은 '비(非)'에서 가차됐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백(李白)이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노래한 '다른 세상이지 인간의 세계가 아니구나(別有天地非人間)'에서 나오는 '별유천지(別有天地)'는 하나의 성어로 굳어져 지금도 속세가 아닌 '별천지,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자연을 벗하며 산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인에게 속세는 칼로 살과 뼈를 나눠놓은 것 같이, 서로 구분되는 세계로 인식됐을 것이다.

흔히 "헤어지기는 쉬워도, 만나기는 어렵다(別時容易, 見時難)"고 한다. 함께 같을 곳을 향해 날아가다가도, 서로 헤어지면 때까치와 제비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듯(勞燕分飛) 멀어지는 법이다.


중국어에 "남은 나에게 여름비처럼 쉽게 요구하고, 나는 남에게 유월 서리처럼 어렵게 요구한다(別人求我夏天雨, 我求別人六月霜)"는 말이 있다. 남의 청탁을 들어주기는 쉬워도, 남한테 청탁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나와 남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기가 그만큼 쉽지 않은 모양이다.
#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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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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