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 4위라고 하는 SK와 LG. 당신들이 진짜 사장이야!"
SK와 LG 재벌 대기업의 전북지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지난 18일 저녁 전주 완산구 전주시청 맞은편에 있는 SK텔레콤 전주지점 빌딩 앞에서 원청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전화 등의 설치와 AS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사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지난 3월 30일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전북 지역에는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다. 이날 집회에는 이들과 함께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과 현대차 전주비정규직·택시노동자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윤리와 정도경영 표방하면서 왜 책임 회피하나"
a
▲ 전북지역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18일 저녁 전주시청 맞은편 SK텔레콤 전주지점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원청인 재벌기업들이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 문주현
이들은 "SK와 LG가 위장도급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고 협력업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장시간 노동 등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라면서 "우리 노동자들은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요구를 2014년 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하늬 희망연대노조 서울본부 공동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재계 서열 3, 4위인 이들 대기업은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실체가 거짓이라는 것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라면서 "휴일은 한 달에 고작 2~3일, 1주 60~70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하면서 고혈을 짜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공동위원장은 "통신비와 자재비·차량유지비 등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업체들의 횡포에 노동자들은 200만 원도 안 되는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라면서 "가족과 조촐한 저녁식사와 친구와의 즐거운 술자리도 포기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SK와 LG가 직접고용을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SK텔레콤의 광고 노래인 '잘 생겼다'를 인용해 "잘 생겼다, 잘 생겼다? 거짓말이다, 못 생겼다, 추악하고 노동탄압만 한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잘 생겼다, 잘 생겼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잘 생겼다, 잘 생겼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라며 노조 결성을 축하하는 의미로 개사한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노조 만들고 나니 가족과 저녁 먹을 수 있어 좋다"
a
▲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집회에 앞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 문주현
류화열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전주지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SK브로드밴드 마크만 있는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지만, SK는 우리가 직원이 아니라고 말한다"라면서 "원청(SK)로부터 모든 지시사항을 받고 있다, 원청이 우리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현재 '에프원텔레콤'과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고객들에게 자신들은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 직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진출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전주지회장도 "우리는 회사(하청업체)와 정규직(무기계약)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하청업체) 자체가 비정규직이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라면서 "우리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사장만 3번 바뀌었다, LG의 직접고용을 통해 고용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주)태양정보통신과 고용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에게는 LG유플러스 전주서비스센터 직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류 전주지회장은 "임금에서 각종 잡비(통신비·유류비·식대 등 근무 중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우리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고객 불만 사항이 접수되고, 만족도 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맞으면 임금 삭감 등의 패널티를 받는다"라면서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은 모두 하청구조가 만드는 것이며, SK와 LG는 사실상 불법 위장도급을 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서 한 조합원은 "노조를 만들고 나서야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라면서 "혼자서 일만 할 때는 요구사항이 있어도 마음에 담아뒀다, 노조를 만드니 참 좋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