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진짜 영웅... 사실은 '군사'였다?

[김성호의 독서만세 41] <삼국지 군사 34선>

등록 2015.01.14 11:32수정 2020.1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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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군사 34선 책 표지
삼국지 군사 34선책 표지서책
<삼국지>라고 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떠올린다. 혹은 이를 근간으로 한 박종화, 정비석, 이문열, 황석영 등의 편역본 이미지일 것이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와 제갈량의 신기막측한 책략을 중심으로 중국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일대 영웅들의 이야기. 후한 말의 혼탁한 세상으로부터 위·촉·오 삼국으로 천하가 나뉘고 마침내 사마씨에 의해 통일되기까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삼국지연의>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힌 걸작이다.


그 중에서도 군주를 보좌하며 전략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기기묘묘한 책략을 펼치는 군사들의 활약은 <삼국지연의>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제갈량은 물론이고 주유와 순욱, 사마의, 곽가, 정욱, 가후 등의 이름을 <삼국지연의>를 읽어본 이들이라면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뜻을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해 진력한 이들 거인들의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쉽게 잊기 어려운 감격과 감동을 맛보게 마련이다.

조조에게 사로잡힌 어머니를 위해 마음으로 섬겼던 주인을 떠나간 서서의 효심, 적벽에서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제갈량을 넘지 못해 비극적으로 죽고 마는 주유의 최후. 순욱과 양수에게서 놀라운 재주를 갖고도 섬길이를 잘못 고르고 말할 것과 말하지 않을 것을 가리지 못한 어리석음을 찾는다.

원소의 충신으로 죽은 전풍과 저수의 절개, 몸을 아끼지 않고 조조를 도운 곽가와 가후의 절묘한 지략, 방통의 안타까운 죽음, 오나라의 기둥 육손의 활약까지…. 이들 각국의 군사와 명사들의 활약을 빼놓고는 <삼국지연의>를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명사계층을 통해 본 삼국시대의 진면목


그러나 <삼국지연의>가 곧 삼국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라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 쓰여진 창작물이고 진실과 믿음, 희망과 거짓이 혼재된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서책에서 출간된 <삼국지 군사 34선>은 <삼국지>를 지식인계층, 곧 명사를 중심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중국사학자 와타나베 요시히로 교수의 저작으로 그는 34명의 인물을 군사라는 공통점으로 추려 관련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책은 전형적인 열전의 형식으로 편재되었으며 34명의 인물들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당대의 사회와 문화상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34인 가운데는 제갈량과 방통, 서서, 주유, 노숙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이고 곽태, 허소, 오질, 왕숙, 완적, 혜강처럼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명사라는 기준으로 34인의 인물을 가려뽑았으며 이들이 활약한 당대를 명사들의 전성시대라고 규정짓는다. 그에게 있어 명사들이 향유한 문화와 삶의 양식, 가치관 등은 곧 시대를 읽는 열쇠이며 총체적으로 이해하게끔 하는 창이다.

수많은 영웅호걸들과 신묘한 지략가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시대를 재현한 <삼국지연의>에 익숙한 독자라면 와타나베 요시히로의 이 책이 이색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직 군사력과 힘, 지략이 모든 것을 좌우했을 것만 같던 삼국시대에 실은 명사라는 독보적인 지식인 계층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그들이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군주와 힘을 겨룰 만큼 번성했음을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 만은 아니다.

다만 삼국시대의 역사적 진실에 접근해 그 본래 모습을 이해하게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결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인물과 사건의 해석에 있어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 보이고 오탈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더불어 판단과 해석의 근간으로 삼은 역사서 등 문헌 등을 충실히 기재하지 않은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아쉬움을 감안하더라도 <삼국지>의 애호가에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한 흥미를 끌 만하다.
덧붙이는 글 <삼국지 군사 34선>(와타나베 요시히로 지음 / 조영렬 옮김 / 서책 펴냄 / 2014.11. / 1만 2000원)

삼국지 군사 34선 - 허소, 곽가, 노숙, 육손, 사마의, 천하통일을 이끈 책사들

와타나베 요시히로 지음, 조영렬 옮김,
서책, 2014


#삼국지 군사 34선 #와타나베 요시히로 #조영렬 #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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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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