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사랑방에서 만난 사람들

균도 아빠, 장영식 사진작가, 그리고 녹색당

등록 2015.01.21 13:41수정 2015.01.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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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터디 카페 더모임에서 탈핵사랑방이 열렸다.

스터디 카페 더모임에서 탈핵사랑방이 열렸다. ⓒ 김해창


부산에서는 매주 토요일 주최를 달리하여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리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이 다하고 10년 수명연장을 통해 38년에 접어드는 늙고 늙은 원전(핵발전소)이다. 이 핵발전소를 한수원은 올해 6월에 고리1호기 수명재연장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a  김해창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김해창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송태원


김해창 교수(탈핵에너지 교수모임의 공동집행위원장)는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범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시민행진을 제안하였다. 고정된 특정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아니다. 매주 주최하는 단체가 다르고 매번 '탈핵 더하기 주제'를 정하여 시민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3차 시민행진의 주최는 부산 녹색당이었다. 5~6km 끝나면 탈핵과 그 주의 주제로 간담회가 열린다. 13차동안 200여명이 참가하기도 하고 20여명이 참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날은 '탈핵 사랑방'이란 이름으로 부산녹색당원 십여명과 부산시민 대여섯명이 '탈핵 사랑방'에 함께 하였다.

시민행진의 제안자 김해창 교수, 부산녹색당 박정연 공동운영위원장, 부산 녹색당 윤미라 사무처장, 한수원과의 소송에서 1차 승소한 균도 아빠 이진섭, 녹색당 당원이며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장영식 등이 참가하였다.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범시민운동조직이 만들어져야

시민행진의 제안자였던 김해창 교수는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범시민운동조직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야를 떠나 진보 보수 할 것없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올해 6월 노후 핵발전소 고리1호기의 수명재연장 신청이 되지 않도록 부산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하였다. '비록 적은 수의 사람이 모였지만 오늘 행진에서 다양성과 재미를 느꼈습니다. 꼬마아이들이 양이나 팬더, 호랑이 탈을 쓴 행렬에 살갑게 다가오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엄마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며 말하였다.


매주 이어지는 시민행진이 부산시민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9차 시민행진 때에는(내가 참가했던) 40여 명이 사람이 모두 다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이날은 사랑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저희 집은 어른 6명 중 5명이 암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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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아빠 이진섭 ⓒ 송태원


"저는 균도 아빠입니다. 아시는 분 계세요?"

2007년 7월 3일 한수원을 상대로 가족소송을 냈던 분이다. 발달장애인 이균도(23), 갑상성암에 걸린 부부가 가족소송을 냈던 것이다.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던 분이다.

2011년 발달장애아인 아들균도와 함께 전국 3000km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발달장애인 이야기를 붙여 원전의 주민건강문제를 알려나갔다. 지난해에는 6·4지방선거에선 무소속으로 군의원에 출마했다. 선거운동기간 원전 얘기만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균도 아빠 이진섭씨는 참가자들에게 당부하였다.

"탈핵운동 하시는 분들이 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면 합니다. 삼척에 사흘동안 있을 때 우리지역 이야기와 내 이야기를 대 놓고 하니까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영덕에서도 잠시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암환자고......저희 집은 어른 6명중 5명이 암환자입니다. 우리 처형도 최근에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어요. 저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러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뀝니다."

송전탑, 해수담수화사업, 방사선에 의한 암 발병 등은 핵의 자식들

a  지난 2년간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며 밀양 송전탐싸움을 사진으로 기록한 장영식 사진작가

지난 2년간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며 밀양 송전탐싸움을 사진으로 기록한 장영식 사진작가 ⓒ 송태원


장영식 사진작가는 지난 2년간 밀양 송전탄 현장에서 밀양할매 (할배)들과 함께하며 송전탑싸움을 사진으로 기록한 분이다.

"밀양송전탑 싸움이 핵발전소를 알게 하였다"고 말을 시작했다.

"핵발전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밀양송전탑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밀양에서는 지난 12월 26일부터 1월 초까지 115번 송전탑 주변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영덕이나 울진에 원전이 추가 건설되면 한전은 765kV 송전탑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밀양송전탑투쟁은 끝이 아닌 겁니다. 시작이지요.

저는 오늘 핵발전소문제는 갑상선암소송문제, 밀양송전탑문제, 기장 해수담수화사업문제, 노동자해고문제까지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언론도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울러 '전원개발촉진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법은 악법입니다. 일단 아파트에 송전탑을 세우면 한전 재산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송전탑이 너무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무관심합니다."

탈핵운동은 무엇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구조 만들어야

a  박정연 부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최인화님

박정연 부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최인화님 ⓒ 송태원


녹색당원인 최인화씨는 "녹색당은 2011년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2012년 3월에 녹색당이 출범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고 하였다.

"탈핵은 녹색당의 존재이유입니다. 탈핵 탈토건 생태사회 추구가 지향점입니다. 탈핵운동은 단순히 원전을 대체에너지로 바꾸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풍요로움을 누리겠다는 생각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탈핵운동은 무엇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핵발전은 비리요 독재입니다. 탈핵은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입니다. 따라서 고리1호기 폐쇄는 탈핵운동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박정연 부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탈핵운동의 3가지 관점

"저는 탈핵운동에 있어 3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게 있다고 봅니다. 먼저 제도적 문제입니다. 올 6월에 고리1호기 수명재연장을 한수원이 신청할 것이고 원안위가 결정을 할 겁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원자력안단전기술원이 오케이하면 원안위(원전안전위원회)가 패스하는 식의 '셀프검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시민의 힘을 모아 원안위 통과가 안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폐로과 관련 실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폐로를 하는데도 돈도 많이 들지만 폐로기술이 안 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용후핵폐기물 처리 기술이 없어 고리1호기만 해도 37년째 원전내에 핵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중국의 핵발전소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이 최근에 급격히 원전을 많이 짓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서해안쪽에 집중배치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난다면 우리나라가 직접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것은 국제적인 문제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이 필요한 것이지요."

기장에 살다보니 어쩌다 해수담수화반대주민대책위 대표가 되어버렸다는 김민정씨 다음과 같이 말했다.

a  김민정 해수담수화반대주민대책위 대표

김민정 해수담수화반대주민대책위 대표 ⓒ 송태원


"해수담수화 과정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는 아이들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지요. 학교 모임에 갔더니 엄마들이 카톡을 하면서 난리가 난 겁니다. 부산시상수도본부가 면담을 하면서 엄마들의 질문에 전혀 답을 못하는 거예요. 그게 방송에 나갔구요. 그래서 엄마들이 기장군수실, 군의회를 다니면서 해수담수화 제발 막아달라고 나섰고, 반대기자회견에는 무려 80여명이 모였어요. 그러자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1인시위도 민망해하던 엄마들이 이제는 자신감있게 당당히 시위를 합니다. 시의회를 찾아 여야할 것없이 의원실을 찾아 기장 해수담수화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책을 요구합니다. 그동안 환경단체에까지도 고압적으로 나섰던 상수도본부가 채수에 참여해달라고 엄마들에게 부탁을 할 정도니 상황이 많이 달라진 거지요. 그리고 고리원전본부까지도 엄마들의 움직임에 놀라고 있다고 합니다. 해수담수화사업이 이런 원전문제와도 직접 연결이 돼 있는 만큼 우리 엄마들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13차 시민행진이었다. '탈핵사랑방'에서 '고리1호기 폐로'을 향한 잔잔한 반향의 파도를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13차 행진은 1월 24일 오전 11시 지하철4호선 수안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합니다!(고리1호기 폐쇄!)
13차의 주제는 '탈핵과 조선왕조실록(지진이야기)'이다. 부산대 역사교육과 윤용출 교수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지진에 관련되는 내용을 분석하여 '과연 우리나는 지진에 대한 안전지대인가?'를 알아본다.
#고리1회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 #부산녹색당 #탈핵사랑방 #이진섭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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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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