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떠나던 도시의 변신... "자유학기제 1등 도시 만든다"

[인터뷰 ①] 곽상욱 오산시장

등록 2015.04.03 11:30수정 2015.04.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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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욱 오산시장
곽상욱 오산시장김중구

오산시는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처럼 인구가 많거나 면적이 넓은 도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도시의 규모보다 더 작은 도시처럼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곽상욱 오산시장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산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요한 도시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곽 시장이 제시하는 오산시 발전계획은 오산시가 조만간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곽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곽 시장은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교육'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오산 시민 평균나이는 33.8세로 젊은 세대가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교육열이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대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교육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욕구가 있다.

오산시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현실을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익히 보았던 곽 시장은 시장출마를 하면서 이런 현실을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당선된 뒤, 작게는 오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으로 상처 입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크게는 오산시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약실천에 나섰다.

그 결과, 교육 분야에서 오산은 가장 많은 변화를 이뤄냈고, 다른 시·군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발길이 잦아졌다. 곽 시장은 서울시까지 가서 '교육도시 오산'을 자랑하는 특강을 하기도 했다. 상복도 터졌다. 오산이 교육관련 분야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는 것이 곽 시장의 주장이다.

4월을 여는 첫날, 곽상욱 오산시장을 만났다. 곽 시장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시정철학과 정책, 오산시 미래 비전에 대해 솔직하면서 담백하게 그러나 자신 있게 풀어냈다.

곽 시장은 "2010년 취임 이후 오산천 살리기 ABC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면서 ABC 프로젝트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산천을 '오산의 세느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곽 시장의 목표다. 곽 시장은 "오산천이 살아야 오산이 산다"며 "오산천에 수원시민들이 구경하러 올 수 있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곽 시장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재선 10개월째입니다. 초선과 재선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7월 1일, 취임식을 전통시장에서 시민선서를 하면서 했어요. 민선 6기는 민선 5기의 연장선상에 있어 '연속 행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주요한 것은 다 공약으로 제시를 했고, 4년이 8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어깨가 무겁습니다.


4년의 성과가 8년의 성과가 되어야 하니 굉장히 중요하죠. 8년 안에 성과를 내야 되는 것도 있고요. 내가 앞으로 주어진 4년에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재선 임기를 출발했습니다."

 곽상욱 오산시장
곽상욱 오산시장김중구

- 민선 5기와 6기는 차별성이 있는 게 아니라 연속된다는 의미가 되겠죠?
"네. 연속되는 거죠. 주요한 것을 주제별로 얘기한다면 혁신교육은 더 내실화를 기하고, 그동안 복지와 문화 등 보이지 않는 부분을 챙겼다면 앞으로 오산시의 비전은 경제에, 즉 먹거리 부분에 두고 지역경제의 개발까지 제대로 해내야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약속한 사항(공약)을 제대로 결실을 맺게 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할 겁니다."

- 시장님은 민선 5기부터 지금까지 교육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시민사회 운동을 할 때,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했는데 지역의 교육 현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교사들은 부임한 지 2년이면 가고 싶어 하고, 아이들은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수원으로 전학을 갑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는 절반이 바뀌고, 교장과 교감도 바뀌고. 완전히 파행이었죠. 정주 의식도 없고.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떠나는 것을 보고, 이래서 되겠나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을 5년 동안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농어촌 가산점수가 주효했어요. 그런데 오산시에 아파트가 들어서니까 그걸 없애겠다는 겁니다. 없애지 말라고 시위도 하고, 이러면서 교육 문제에 푹 빠졌어요."

"학교 운영위원장 하면서 오산의 열악한 교육 현실 알게 됐다"

'교육 문제에 푹 빠진' 곽 시장은 시장출마를 하면서 '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곽 시장은 오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선됐으니, 실천해야 되잖아요. 약속을 지켜야죠. 마침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를 한다는 거였어요. 제일 먼저 시작했어요. 경기도교육청과 협력해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 것이죠."

1남2녀의 자녀를 둔 곽 시장은 "아이들 때문에 지역에서 학교운영위원장을 하게 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오산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알게 됐다"며 "오산 출신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치단체장이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니, 주위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교육감도 아니고, 교육문제를 다뤄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정치인이 왜 교육문제를 갖고 씨름을 하느냐, 하는 말이 들려왔다.

곽 시장은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했다"며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았다"고 말했다. 곽 시장은 "그것을 통해서 (오산의)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 스스로 평가하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보시나요?
"제가 감히 평가하기는 그렇고, 지표로 그것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군에서 계속 벤치마킹하러 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주목을 받고,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저께는 성북구에서, 어제는 강동구에서 왔고, 제가 서울시까지 가서 특강도 했습니다. 또 교육 분야에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 혁신학교지원센터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혁신교육을 하기로 교육청과 협약을 했는데, 공무원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평생교육과를 만들었어요. 오산 혁신교육은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평생학습도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곽 시장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완주시에 벤치마킹을 하러 다녀왔다. 로컬푸드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곳이 완주시다. 곽 시장은 폐교를 CB(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로 만든 것을 보고 "아, 이거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주민자치센터에 혁신학교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선수(전문가)'를 영입했다. 팀을 꾸리고, 틀을 갖추고 알맹이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체험학습, 시민참여학교, 멘토·멘티 스쿨. 이렇게 3가지 축으로 혁신학교지원센터가 운영된다는 것이 곽 시장의 설명이다.

 곽상욱 오산시장
곽상욱 오산시장김중구

- 오산에서 자유학기제를 이미 3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면서요?
"우리가 하는 일을 다 좋다고 하면서 따라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주목받고 있구나, 이대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 수업은 수영장에서 받는 오산 초등학생들

곽 시장은 예를 하나 들었다. 오산시 관내 초등학교 3학년들은 전부 수영장에서 수영수업을 받는다. 전에는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교사가 교과서로만, 이론으로만 수영을 가르쳤다. 그건 산 교육이 아니라 죽은 교육이다.

오산시 관내의 초등학교는 전부 40개교. 곽 시장은 "국제규격을 갖춘 수영장이 있어 시설은 된다"며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 선뜻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내 곽 시장은 "돈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을 수영장으로 실어 나르는 버스는 지역의 기업체와 교회, 버스회사에 협조를 구했다. 평일 낮 시간이면 버스들은 수요가 없어 한가하다. 그걸 활용했다. 수영보조강사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면서 실력을 쌓은 어머니들에게 부탁을 했고, 국가대표선수들이 강사로 나섰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재능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지게 됐다. 아이들은 수영을 교과서가 아닌 수영장에서 배우게 된 것이다. 곽 시장은 올해는 중학교 1학년까지 수영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곽 시장은 자유학기제의 구체적인 예로 '멘토·멘티'를 들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직업전문가들을 멘토로 만나게 해주는 거죠. 아이들이 되고 싶어 하는 직업이 있잖아요. 외교관이나 정치인 등. 만나게 해서 이야기를 듣고, 계속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거죠."

멘토가 필요한 아이들은 시장실에도 찾아온다. 아이들은 '시장님'과 마주앉아서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 어른들이라면 절대로 물어보지 않을 질문들이 서슴없이 나온다. 몸무게가 몇 kg이에요, 월급이 얼마에요, 머리는 가발이에요?

곽 시장은 "시장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친구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정치를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곽 시장은 '멘토·멘티'를 사기업까지 진화, 발전시켜 세팅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기업에서 준비를 해 아이들을 맞아준다면 그의 계획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학기제 1등 도시, 오산이 되려고 합니다."

곽 시장의 목표다.
#곽상욱 #오산시장 #자유학기제 #교육 #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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