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란 핵협상과 관련된 문서를 열람하고 있는 오바마. 옆에 있는 사람은 벤 로즈,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 백악관 홈페이지 자료사진 캡처.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에 '적과도 악수를 하겠다'라는 큰 포부를 밝혔다.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과 지난 쿠바와의 관계 개선은 그 포부가 결과물로 도출된 것이다. 2012년,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되었던 버마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도 결은 다르지만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광폭 행보는 이란이 마지막 종착지가 아닐 수도 있다. 중동발 훈풍이 한반도에도 전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이런 국내외 예측에 대해서 미 국무부는 이란과 북한의 경우는 사안이 다르다고 차이를 강조했다.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수준이 엄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번 협의에서 이란은 원심분리기를 1만 9000개에서 6104개로 줄이고, 저농축 우라늄 비축 분을 1만kg에서 300kg으로 줄이는데 합의했다.
내용에서도 보이듯 시험기기나 실험실 차원의 핵물질이 이번 합의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3번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 이란과 달리 상당 수준의 핵무기 제조에 접근해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벤 로즈(Ben Rhodes)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2013년 9월 23일에 이런 발언을 했다.
"실제로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획득했고 2006년 초 시험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벤 로즈의 발언에 입각하자면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벤 로즈가 오바마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당시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의 벤 로즈의 발언은 현재 미 국무부가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비핵화 단계냐, 아니면 비핵화 단계를 넘어섰느냐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적인 면에서 그 '액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단계인 이란은 실험실을 '문 닫으면' 되지만 비핵화 단계를 넘어선 북한은 '더 큰' 것을 넘겨주어야 한다. 북한측에서도 '초대장'을 받았다고 순순히 그 '초대'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난제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란과 달리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한반도발 훈풍을 기대하며 그렇다면 한반도발 봄바람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이란 핵협상도 이스라엘의 강한 반대를 극복해야 했다. 이스라엘 총리인 베나민 네타냐후는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에서 이란 핵협상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시아파 이란의 부상을 꺼리는 나라 중에 하나가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였던 것이다.
이렇듯 이란 핵협상 이면에는 주변국들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었다. 북한 핵과 관련된 난제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들이었다. 다음 대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오바마이기에 마지막 악수를 북한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오바마는 할아버지의 나라였던 케냐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간 오바마는 케냐 출신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제껏 자신의 뿌리였던 케냐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외교행보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협상이라는 건 난제가 있기 때문에 꾸려지는 것이다. 고스톱이나 치려고 협상테이블에 앉는 게 아니다. 북한은 오바마를 잘 이용(?)해야 할 것이다. 임기 종료가 가까울수록 자신의 외교적 업적에 큰 방점을 찍으려고 하는 오바마는 협상 파트너로서 제격일지 모른다.
오바마가 물러나면 또 이상한 사람이 그 테이블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00년 615공동성명,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과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 방문, 북미공동코뮤니케 등등... 2000년 하반기에 일어난 한반도발 훈풍이 조지 W. 부시의 등장으로 일순간에 삭풍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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