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비처럼 외친다, 강산을 돌려달라고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20] 還

등록 2015.04.08 10:47수정 2015.04.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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還 돌아올 환(還)은 옥이 굴러 둥그렇게 돌다가 역시 또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돌아올 환(還)은 옥이 굴러 둥그렇게 돌다가 역시 또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 漢典


항저우(杭州) 시후(西湖)변에는 한때 민족 영웅으로 추앙받던 악비(岳飛)의 사당이 있다. 칼을 든 악비의 동상 뒤로 "강산을 내게 돌려 달라"는 환아하산(還我河山) 글귀가 금빛으로 빛난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침입에 수도였던 카이펑(開封)을 빼앗긴 송나라는 끝까지 항전을 주장한 악비와, 화친을 바랐던 진회(秦檜) 등의 분열 속에서 결국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조공을 바치겠다는 굴욕적인 조약을 맺는다.

중국 내 서로 다른 민족 간의 분쟁은 그나마 시간이 흘러 또 다른 통일 왕조의 등장으로 다시 봉합이 되지만, 외세에 의한 영토 할양은 더 치욕적이고 오랜 민족적 아픔을 남긴다. 20세기 초 중국은 서양 열강과 일본이 군침을 흘리는 종이 호랑이였다. 한입에 먹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영토여서, 중국 각지를 서양 열강이 나눠 먹었다.

서양 제국주의에 처음으로 조계지를 할양하는 것은 아편 전쟁 패배 후 영국에게 건네준 홍콩이다. 이후 1898년 신제(新界)를 1899년 할양한다는 베이징 조약에 의거 1997년 7월 1일 반환(返還)됐다. 이밖에도 칭다오(靑島)가 1898년 독일에 1899년 할양됐다가 1차 대전을 틈타 일본이 점령해 1945년 반환되었으며, 1898년 다롄(大連)과 뤼순(旅順)은 러시아에, 웨이하이(威海)는 영국에 할양되는 아픔을 겪었다. 강산을 돌려달라는 악비의 외침이 중국 근현대사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으며, 지금도 일본에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돌아올 환(還, hái, huán)은 의미부인 쉬엄쉬엄 걸어갈 착(辶)과 소리부인 놀라서 볼 경(瞏)이 결합된 형태이다. 경(瞏)은 눈 목(目), 옷 의(衣), 둥근 옥(ο)이 합쳐져 원래 목에 매단 둥근 옥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상형으로, 둥근 옥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옥이 굴러 둥그렇게 돌다가 역시 또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중국어에서는 '돌아오다'는 뜻 외에도 부사로서 여전히, 아직, 또, 더욱 등으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중국어에서도 이안환안, 이아환아(以眼還眼, 以牙還牙)이라고 의미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다. 빌렸으면 잘 갚아야, 다시 빌릴 때 어렵지 않은 법(有借有還, 再借不難)이란 말도 새겨 기억해둘 만하다.

고향을 떠난 모든 이들의 로망이 금의환향(錦衣還鄕)인 것처럼, 다시 돌아오는 것은 처음 떠날 때 모습보다는 빛나야 한다. 유종원의 시 <전가(田家)>에서 "아이들은 하루 하루 커나가는데, 해마다 변하지 않고 또 그러하네(子孫日以長, 世世還腹然)" 라고 노래하는 것은 세상살이에 온 힘을 기울여도 형편은 늘 그대로고, 자신만 스스로 늙어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문득 나에게 젊음을 돌려달라고, 강산을 돌려달라고 악비처럼 외치고 싶어진다.
#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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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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