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도 삼종지도가 있다는데... 아시나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21] 從

등록 2015.04.10 17:59수정 2015.04.10 17:59
0
원고료로 응원
a 從 따를 종(從)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다는 의미다.

따를 종(從)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다는 의미다. ⓒ 漢典


정현종시인은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고 노래한다.

학교현장에서 중국과 관련된 진로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제자 '방문객'이 그래서 한편 반갑고, 한편 부담스럽다. 비록 내 인생을 바친 길이지만, 그 길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려는 제자의 온 일생이 걸린,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믿고 따른다는, 어쩌면 스승과 제자, 인도자와 추종자의 관계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한자가 바로 따를 종(從)일 것이다.

따를 종(從, cóng)은 네거리의 상형으로 발걸음을 나타내는 걸을 척(彳), 나란히 선 두 개의 사람 인(人), 발 지(止)가 결합된 형태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발자취를 좇아서 따라 걸어감을 의미한다. 중국어에서는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시 <회향우서(回鄕偶書)>의 "어린 아이는 나를 몰라보고, 웃으며 묻네, 손님은 어디에서 오셨냐고(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의 예에서 보듯, '~부터'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과거 유교적 전통사회에서 여성에게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규범이 있었다. 즉, 어려서는 아버지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在家從父, 既嫁從夫, 夫死從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가정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신(新) 삼종지도'가 생겨나 회자된다고 한다.

남자가 어려서는 어머니의 말을, 결혼해서는 아내의 말을, 늙어서는 딸의 말을 잘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봉건적 주종(主從)관계를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는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 듣고 따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도(道)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이미 도(道)와 하나가 된 것이다(從事於道者, 同於道)"고 말한다. 무언가를 믿고 따르는 그 자체가 이미 그 무엇과 동일화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따르는 대상이 무엇이냐 일 것이다.

주나라 때의 역사서 <국어(國語)>에는 "선을 따르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일처럼 어렵고, 악을 따르는 것은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한순간이다(從善如登, 從恶如崩)"고 한다. 산을 오르는 일처럼 어렵다하더라도 향기가 나는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간다면, 꼭 산정에 오르진 못한다 하더라도, 그 향기는 내 몸 어딘가에 스며들지 않을까.
#從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