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코끼리 잡고 무슨 일 할까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22] 爲

등록 2015.04.14 17:26수정 2015.04.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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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爲 할 위(爲)는 갑골문에서 보듯 손(又)으로 코끼리(象)를 잡고 뭔가를 하려는 모습이다.

할 위(爲)는 갑골문에서 보듯 손(又)으로 코끼리(象)를 잡고 뭔가를 하려는 모습이다. ⓒ 漢典


"낳고 기르되 소유하지 않고, 행하되 으스대지 않으며, 잘 하더라도 맘대로 다스리려 하지 않는 것을 그윽한 덕이라고 한다(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 철학은 끊임없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한다. 작위(作爲)나 인위(人爲)의 반대가 무위일 텐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어떻게 뭔가를 할 수 있을까.

노자는 학문이나 수행의 과정을 쌓아 가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무위는 그 덜어냄의 마지막 단계에 얻는, 스스로 그러한 자유자재의 자연 상태이다. 무위에 이르면 무리해서 무엇을 하지 않아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爲而無不爲)고 한다.

문득 "복숭아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그 아래로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사기>의 한 구절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 높은 무위의 경지를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할 위(爲, wèi)는 갑골문에서 보듯, 손(又)으로 코끼리(象)를 잡고 뭔가를 하려는 모습이다. 코끼리를 부려 일하다는 데에서 하다, 만들다, 여기다 등의 의미가 유추된 걸로 보인다.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코끼리인데, 그것을 시키는 사람(人)이 마치 자기가 한(爲) 것처럼 하면 거짓 위(僞)가 된다.

지금도 중국 관공서 입구에 적힌 마오쩌둥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나 쑨원의 천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천하위공(天下爲公)"에서 보듯, 중국어에서는 '~을 위하여'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행하다'고 할 때의 행(行)은 발의 움직임이, 할 위(爲)는 손의 움직임이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위(爲)에는 '가리키다, ~로 삼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손과 발,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실천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았던지, 공자도 "인을 행함이 어려울 진데, 어찌 말을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爲之難, 言之得無訒乎)" 하고 말하고 있다.


<삼국지>에서 별다른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유비지만, 223년 63세의 생을 마감하며 아들 유선과 제갈공명에게 남기는 유조는 새겨들을 만하다.

"나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행하지 말고, 좋은 일은 아무리 작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勿以惡小而爲之,勿以善小而不爲)."


우리말 속담에도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한다. 작은 행위는 자연스럽게 더 큰 행위로 번진다. 작은 선행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더 큰 선행과 덕행으로 옮겨갈 수 있다. 손으로 코끼리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감싸 잡고, 비록 작더라도 누군가를 환히 웃게 할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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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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