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학은미디어
풀 한 포기는 나물이 되니 풀밥입니다. 풀잎과 나뭇잎이 내뿜는 바람은 큼큼 들이켜면서 싱그러운 숨결로 거듭나니 바람밥입니다. 숨을 쉬며 목숨을 잇는 사람인 만큼,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보금자리는 숲에 깃들어야 아름다우리라 느낍니다. 시골도 도시도 모두 숲으로 둘러싸인 삶터일 때에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 눈은 점심때가 지나서야 그쳤어요. 단비와 피피는 좋아라 하고 집 뒤 숲으로 달려갔어요.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로 소리치셨어요. "조금만 놀다 와야 한다!" .. (5쪽)오시마 다에코 님이 글을 쓰고, 가와카미 다카코 님이 그림을 그린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학은미디어,2006)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한겨울에 눈이 소복히 내린 날, 아이가 혼자 숲으로 가서 눈놀이를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대여섯 살이나 예닐곱 살 즈음이라고 할 만한데, 동무가 곁에 없어도 혼자 씩씩하게 놉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함께 따라가지 않아도 그야말로 홀로 야무지게 놉니다.
그림책이라 하지만, 아이는 숲에 거침없이 들어갑니다. 못 갈 일이란 없겠지요. 숲에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있을 까닭이 없으니까요. 숲은 그저 숲일 뿐, 사람한테 무섭거나 두려운 대목은 없습니다.
영화라든지 책이라든지 방송에서는 '사람 없는 숲'에서 괴물이 나온다거나 도깨비가 튀어나온다거나 하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숲에는 괴물이 없습니다. 도깨비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 않습니다. 숲에는 그저 숲동무가 있고 숲님이 있습니다.
.. 이번에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눈은 새알 초콜릿, 입은 작은 나뭇가지! 피피가 빨간 꽃을 물고 왔어요. "눈사람 머리에 씌워 줘. 멍 멍!" ..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