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도 여전한 '원정 헌혈'

경남 양산시, 헌혈의 집 없어... 양산시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

등록 2015.06.05 16:06수정 2015.06.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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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지역에 헌혈의 집을 설치해 달라는 시민 요구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행정 당국에서는 수요를 이유로 설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구 30만을 눈앞에 둔 양산시가 도시 성장과 함께 시민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생명 나눔 공간마저 여의치 않아 '원정 헌혈'에 나서는 현실에 지역 헌혈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현재 양산에서 헌혈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내 헌혈 혈액원이 유일하다. 이마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운영한다. 직장인들은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 부산, 김해 등 인근 지역으로 '원정 헌혈'을 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양산 부산대 혈액원 이용 헌혈자는 월 평균 25명 수준이다.

 

현재 양산 지역 혈액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은 양산 지역에 헌혈의 집 설치가 힘든 이유에 대해 운영 비용 대비 헌혈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울산혈액원에 따르면 헌혈의 집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6억 원(월 5천만 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 평균 50명 이상의 시민이 헌혈의 집에서 '생명'을 나누어야 하는데 양산지역 헌혈 인구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헌혈자들은 울산혈액원의 이러한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등록 헌혈자인 장아무개(38, 물금읍)씨는 "지역에 헌혈 인구가 부족하다면 헌혈 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시설을 늘리고 홍보 등을 통해 시민이 헌혈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헌혈의 집 개설 등을 통해 헌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헌혈 인구를 더욱 늘리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관공서 등에서 가끔 '이벤트' 형태로 시행하는 헌혈 운동이나 민방위, 예비군 훈련장에서 진행하는 헌혈은 오히려 헌혈이 가지는 본래의 고귀한 가치를 퇴색할 수 있다"며 "헌혈 자체가 '특별한' 행위가 아닌,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나눔'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으로 '원정 헌혈'을 다닌다는 한아무개(29, 중부동) 씨 역시 "헌혈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봉사 중 하나인데 양산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양산시가 헌혈의 집 개설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주문했다.

 

한씨는 "수혈 받는 입장에서는 헌혈 그 자체가 생명을 구원 받는 일"이라며 "헌혈의 집은 지자체에서 필수 시설로 생각하고 설치해야 할 시설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산시는 "현재 지역에서 헌혈을 하는 인구가 워낙 적어 울산 혈액원에 헌혈의 집 개설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분기마다 헌혈의 날 행사를 하는데 이마저도 혈액원 입장에서 시간 내기 어려워해서 일정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양산시는 "헌혈 행사를 할 때마다 기존 헌혈자들에게 문자 등을 통해 참여를 권하고 있다"며 "앞으로 혈액원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늘려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창원시와 김해시, 진주시 등 경남 지역 인구 30만 이상 도시들은 모두 헌혈의 집을 갖추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2015.06.05 16:06ⓒ 2015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헌혈의 집 #원정헌혈 #양산시 #헌혈 #대한적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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