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진실 알기 전 나도 '일베'였다"

[한의대생과 만난 이재명 성남시장③]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등록 2015.07.20 20:44수정 2015.07.2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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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권태우(가천한의대 본과 2년)

권태우(가천한의대 본과 2년) ⓒ 성남시청


☞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기사 보기).

권태우(가천한의대 본과 2년) :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데, 대책은 없는지?
"대책은 떨어진 경제 활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고 불공평하기 때문에 활력이 떨어진 것인데 기회 등이 골고루 배분되고 이윤도 이바지한 만큼, 즉 일한 만큼 공평하게 나누어지면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근데, 특권층 몇몇 사람에게 이게 다 쏠리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삼성에서 1조 원 더 벌면 그 돈 어디로 가겠나? 창고로 간다. 약 500조 원 쌓여 있다는데, 거기에 1조 원 더 얹어서 501조 원 되는 것이다. 만약 이게 서민들에게 임금 등으로 골고루 나뉘면 어떻게 되겠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 쓰인다. 이윤이 재투자 되는 것인데 지금 그게 안 되고 있다. 이게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대표적 이유다.

또, 소득 기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죽어라 연구하고 기술 개발해서 될 만하면 큰 회사가 다 빼앗아간다. 오죽하면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절대 하지 말고 외국 가서 하라는 말이 있겠나? 외국은 기회를 보장해 주니까, 비싸게 사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더해져서 불투명하다 보니 경제 전망이 더 어두운 것이다."

권태우 : 어쩌다가, 언제부터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됐을까?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무너지고 난 이후 자본주의만 남게 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견제가 없어지다 보니 그동안 감추어 왔던 욕망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체제는 그야말로 동물의 세계다. 광폭한 착취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양극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래 시장 경제는 '공정한 시장경제'여야 한다. 근데, '공정한'이 빠졌기 때문에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이걸 통제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권력은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니 더욱 그들의 욕망이 억제가 안 되는 것이고. 결국 해법은 정치권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청년들, 정치관심 떨어져 착취하기 좋아"


권태우 :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한데, 해결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인텁십을 확대하고 해외 취업지원을 하고... 다 순간이다. 전혀 대책이 되지 않는다. 청년들, 착취하기 얼마나 좋은데. 힘세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지, 그렇다고 투표를 하나. 청년들은 정치적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 고 생각하는 거다. 정치적 배려도 하지 않는다. 말로만 한다.

내가 청년배당 하려고 한다. 일부러 상징적으로 하는 거다. 왜 이 사회는 청년층에 대한 정치적 배려를 하지 않는가? 노인은 한다. 65세 이상 되면 20만 원씩 준다. 1년이면 240만 원이다. 저는 그 1/10 정도를 청년들에게 주려고 한다. 성남 청년들만. 희망을 주려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방법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이 사회가 다음 세대로 발전할 수 있느냐, 이어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실업의 문제 차원을 넘어서는 거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기회와 이윤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 등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예전엔 젊은 사람을 뽑은 다음 가르쳐서 썼다. 평생 고용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어서 필요한 사람을 다른 곳에서 쉽게 끌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자기 돈 들여서 다 배운 사람 골라서 쓰려고 하지 20대 데려다가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다른 곳에서 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 한의사들도 취업이 어렵다. 개업을 해도  잘 안 되고. 이것은 매우 구조적인 문제다. 청년실업 그 자체만 봐서 될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더 심하니까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원의 기회와 자본, 소득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핵심이다.

갑갑하죠? 투표를 열심히 하면 그렇게 안 할 수가 없다. 정치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표에 예민한데 자기들 정치적 위치에 영향이 없으니까 그렇게 안 하는 거다. 그것을 바꿔야 한다. 안 그러면 진짜 희망이 없다. 결국 희망은 정치인들이 개과천선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 바뀔 때만 가능하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a  장재훈(가천한의대 본과 2년)

장재훈(가천한의대 본과 2년) ⓒ 성남시청


장재훈(가천한의대 본과2년)
: 무척 가난했다고 알려진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떤 꿈을 갖고 있었는지?
"큰 꿈 없었다. 물에 빠져 있었으니 헤엄쳐 나오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 공장 생활 2년쯤 되던 어느 날 왼쪽 팔이 기계에 끼어 비틀어져 버렸는데, 사고로 팔이 비틀어진 때가 사춘기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사는 게 암울하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두 번이나 했는데, 실패해서 결국 살아남았다. 공부한 이유도 아주 단순하다. 맞기 싫어서, 내가 맞는 거 엄청나게 싫어한다."

관리자 돼서 맞지 않기 위해 공부 시작

장재훈 : 맞기 싫어서?
"어렸을 때, 군사정권 때라 학교에서 애들 많이 팼다. 초등학교 때는 미술 준비물 안 해 간다고 엄청나게 맞았다. 밥도 못 먹는데 어떻게 준비물을 가져가겠나. 공장 다닐 때는 관리자들이 군기 잡는다고, 또는 운동 삼아서 패기도 했는데, 때리는 사람 보니까 고졸이었다. 그래서 나도 공부해서 관리자 되겠다고, 관리자 돼서 맞지 않기 위해 검정고시 시작한 것이다."

장재훈 : 대학은 어떻게 가게 됐나?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마치고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사립대학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주면서 일정 금액의 학비까지 주는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돈 제일 많이 주는 대학이 중앙대학이라 거기 간 것이고, 법대를 선택한 것도 돈 때문이다. 당시 법대 가면 등록금 면제해 주면서 매월 20만 원씩 주었다. 갔더니 판·검사 시험 있다고 해서 죽어라 공부해서 사법시험 합격한 것이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했다."

장재훈 : 변호사가 된 이유는?
"판·검사 안 하고 변호사가 된 것은 변호사가 자유롭게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광주의 진실'이 있다.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이른바 의식화가 된 것이고 삶 자체도 이기적인 삶이 아닌 공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팔을 다치고도 보상 한 푼 못 받은 게 오롯이 내 탓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됐다.

대학에 가서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는데,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나쁜 사람이었구나' 하고 뼈아프게 반성도 했다. 그전까지 요즘으로 치면 내가 '일베'였다. 공장 다닐 때는 광주사람들이 북한과 연계돼서 우리나라를 전복하려는 폭도인 줄 알고 그 사람들 욕하고 다녔다.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에 가담한 것이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한 것이다. 엉터리 정보를 얻게 되면 그 정보를 준 사람들의 노예로 살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열 받더라."

장재훈 : 시장이 되려한 이유, 정치를 하려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약육강식, 무한개인책임, 승자독식, 이런 사회가 아닌 공동체가 공적 책임을 다해서 구성원들은 그 위에서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성남시의 모든 정책목표가 공공성 강화다. 그 중에서도 의료와 교육, 안전에 집중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일 포기하거나 타협해야 한다면 시장 안 해"

a  서남현(가천한의대 본과 2년)

서남현(가천한의대 본과 2년) ⓒ 성남시청


서남현(가천한의대 본과 2년)
: 인기가 무척 높은 시장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인기가 많아요? 진짜? 저를 미워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세상이 다 양면이 있다. 제가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측면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적대적 여론도 존재한다. 내가 일베를 혼내니까 일베가 엄청 싫어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경계 없이 다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거기에 환호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에 환호하는 것 같다. 우아한 정치슬로건 이런 것보다는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 유승준 문제, 프로축구연맹 문제도 그렇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성역이 있는 것 같다. 저는 그런 성역을 인정하지 않다보니 대중들이 원하는 걸 실제로 한다. 경계 없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발언을)하니 이런 것에 호감이 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하려고 한다.

공정하고 기회 균등한 사회를 만드는 꿈을 내가 포기해야 한다, 그걸 하지 않는 방식으로 타협해야 한다면 시장이고 뭐고, 정치 안 한다. 시장하는 게, 정치를 하는 게 내 목표가 아니니까. 진짜 목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평한 기회를 누리며 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꿈과 활력이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게 내 꿈인데 그것에 반하는 것을 해가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점들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시장이 무슨 큰 자리라고. 저는 정부와 싸우다가 이 자리를 잃어도 그렇게 안타깝지 않다. 잃을 게 없으니까. 내가 원래 가진 게 없었다."

서남현 : 시장님이 대통령 되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하실 생각 있는지?
"기회가 오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안 올 거라고 생각한다. 소위 기득권자들로부터 강한 저항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저는 대통령 자체가 목적이 아니니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시장이 되려고 해서 된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거기에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 그렇게 하다보면 (대통령으로)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서남현 학생에게) (대통령 출마하면)한 표 주실랍니까?(웃음)."

서남현 :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된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저항도 심하고 힘도 들겠지만.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콩가루 집안 같은 상황이었는데 기본적인 질서와 기본적인 가풍이 있는 집안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갖 부조리, 비정상, 불공정 이런 것들이 정리가 되면 공정한 질서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잠재력은 엄청나게 크다. 국민들 똑똑하고, 부지런하다. 정말 대단한 민족이고 대단한 국가인데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 절망하는 사회다. 제일 큰 원인이 얘기한 대로 불공정함과 부정부패, 불투명함에 있다. 이런 걸 정리해야 한다. 청산할 건 청산하고 좀 힘들더라도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내고 부당한 기득권에 대해서는 상당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들이 공정한 기회를 갖고 출발해서 공정한 기회를 갖는다면 구성원들이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 시장은 한의대생들과의 대화를 마치며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사람들은 대부분 큰일 한방 하려고 하는데, 난 페이스북에 좋은 글 써서 정보 주고, 댓글 쓰는 일 같은 작은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개미가 흙을 한 입씩 물어서 산을 옮기듯 작은 일을 통해서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 #가천한의대 #한의대생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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