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코시 백화점 광고경성(서울) 미쓰코시 백화점 광고에는 "미국과 영국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초등학교 2학년의 그림이 이용되고 있다.
인천관동갤러리
"내일도 결전" 곳곳에 서린 일제의 집단 광기어린이들이 배우는 국어(일본어) 책이나 여성용 계몽 잡지 표지에도 "한반도 요새화"나 "오늘도 결전, 내일도 결전" 같은 구호는 기본이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황국신문의 서사(誓詞)다. 이는 학교 성적통지표는 물론이고 일장기를 담아두는 봉투를 비롯해 납세용 소책자나 조합 통장 따위에도 새겨져 있는데 가장 눈에 잘 띄도록 책장 앞에 새겨 놓았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공출과 징집, 징병 자료전이다. 공출의 경우 쌀을 비롯해 놋그릇, 수저, 솥단지는 물론 하다못해 목화솜이나 소나무 송진까지 공출 품목에 들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충청도의 한 기록에는 공출용 소나무 가지 숫자까지 기록해 두고 있다. 좋은 송진을 얻기 위해서는 튼실한 소나무 가지를 꺾어야 하므로 조선의 산은 점점 민둥산이 되어갔다. 그래서 일제는 "산에 나무를 심는 것도 애국"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곳곳에 뿌렸다.
이번 전시물 가운데 눈에 자꾸 밟히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어린이가 그린 널뛰기 그림이다. 어린 두 소녀가 널뛰기를 하는 이 그림 한쪽에는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에 일장기가 등장한다는 것은 강요된 학습 결과가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초가집 앞에 꽂혀있는 일장기 아래 앉아 있는 촌로의 모습도 당시 일제의 '일장기 강요'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