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창작자 국범근(20)씨. 1인 미디어 '쥐픽쳐스'를 운영하고 있는 국씨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비판하는 여러 패러디 영상을 제작했다.
국범근
수능 하루 전에도 영상 만든 '관종', 1인 미디어 창작자 되다학창시절의 국씨는 '복잡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조금 제멋대로 행동하는 '관종'('관심 종자'의 줄임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기자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영화 <세얼간이>의 주인공 란초(아미르 칸)처럼 학교를 발칵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단다. 교과서나 문제집 이외의 책을 좋아하고, 종종 친구들을 주인공을 한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찌질하면서 특별하기도 하고, 또 평범하면서 모범적인" 국씨가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인 지난 2013년. 학교 회장 선거를 대통령 선거에 빗대 풍자한
<프레지던트>(2013)라는 작품으로 교내 UCC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이때 '쥐픽쳐스'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영상제작 활동을 시작했다. 연출, 촬영, 편집에 연기까지 대부분의 역할이 그의 몫이다. 촬영 장비는 DSLR 카메라와 삼각대 정도다. 그야말로 단출한 '1인 미디어' 채널이다.
"처음에 쥐픽쳐스 유튜브 채널 만들고 활동을 한 게, 투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영상 만드는 일이 재밌었어요.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게 즐거워서 시작을 한 일이었죠. 그때는 1인 미디어니 퍼스널 미디어니, 이런 말도 전혀 몰랐거든요. 그래서 별로 고민할 것이 없었어요. 만들면서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서서히, 하나하나,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나가듯이."그래서 국씨의 초기 작품을 보면, 그저 '재미삼아' 만든 것도 많다. 짧게 끝나버리는 방학의 허무함을 담은 <신나는 방학>(2014)과 같은 영상처럼,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나중엔 그 일상을 조금씩 비틀고, 평범하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봤다. 에어컨이 잘 나오지 않는 학교를 배경으로 권력의 속성을 날카롭게 풍자한
<고등학교 에어컨 전쟁>(2014)이나, '수능시험'을 '쾌변능력시험'으로 바꿔 과도한 입시경쟁을 비판한
<쾌변능력시험>(2014) 등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을 그저 '어린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민낯이 담긴 작품도 많다. 국씨 스스로 아들과 아버지, 1인 2역으로 분한
<학생 놈의 새끼가>(2014)가 그렇다. 파마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벌점을 받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학생답다는 말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가 던지는 말은 딱 한마디다. "뭐 이 XX야. 들어가서 공부나 해, 인마." 이어지는 말은 더 잔인하고 현실적이다. "벌써부터 말이 많아! 말 많으면 빨갱이 되는 거 몰라?" 교육부의 TV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 <내 이름 좀 팔아먹지 마!> 또한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왜 교육의 당사자들이 주변인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베테랑> 패러디 영상에서 교복을 입고 나오니까, 댓글로 '왜 급식충이 나대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일단 저는 (학교를 졸업했으니) '급식충'이 아니잖아요.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급식충'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프레임이 씌워지자마자 제가 어떤 타당한 주장을 하더라도 무조건 자기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선동당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격하되는 모습이 안타깝더라고요. 또 청소년들이 피켓을 들고나오면 '어른들의 문제에 나서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이 국정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는 당사자잖아요. 그게 왜 어른들 문젭니까? 그리고 '너희도 생각이 있었니? 우리는 몰랐네, 미안하다'거나, '너희들 있어서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도 해요. 청소년들도 늘 생각을 가진 존재였는데, 이전까진 생각이 없던 것처럼 치부하는 게 안타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