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총학, '구조조정 중단' 무기한 단식농성

"학생-교수 포함한 논의 테이블 만들어달라'

등록 2015.12.15 17:24수정 2015.12.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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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조양호)가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선정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강행하자, 이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하대총학생회장과 문과대 학생회장 및 폐지 학과로 지목된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철학과 학생회장은 지난 14일 인천광역시 남구 인하대학교 본관에서 구조조정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관련기사: "과 없앨 거면 왜 뽑았나" 홍역 치르는 인하대, "인하대, 문과대학만 구조조정하는 게 아니다")

"재단에는 면죄부 주고 구성원에겐 희생 요구"

a 인하대총학생회 인하대총학생회와 문과대학생회는 14일 오후 인하대학교 본관 1층에 농성장을 차리고,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인하대총학생회 인하대총학생회와 문과대학생회는 14일 오후 인하대학교 본관 1층에 농성장을 차리고,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김갑봉


이들은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자 총장은 '도박'과 같은 프라임 사업을 위한 대학 구조 개편을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학교 구성원인 학생의 의견이 빠진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학생과 교수가 포함된 논의테이블' 구성을 촉구했다.

학생들은 최근 대학평가에서 인하대가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대학평가에서 학생과 교수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지표에선 높은 등급을 받았고, 재단과 학교의 역할인 교육부지와 건물, 기숙사 등 교육여건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사립대학 재정을 책임져야하는 재단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다른 구성원에게는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인하대가 검토 중인 구조조정은 오는 2017년부터 문과대학 9개 학과 중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며, 영어영문학과와 일본언어문화학과 정원을 대폭 감축한다. 여기에 문화콘텐츠학과와 문화경영학과를 신설되는 이른바 융·복합대학으로 이전하는 게 골자다.


문과대학 외에도 공과대학과 IT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예술체육학부 일부학과의 정원을 축소해서 융합학과를 신설한 뒤 융·복합대학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학생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에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 총장은 '학생은 공부를 하러 학교에 온 것'이라며, 학생들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최 총장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구조조정은 학과 존폐여부와 교육과정이 뒤바뀌는 중대한 문제인데 이 논의에 학생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과연 수요자 중심의 교육인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최 총장이 일방적인 구조조정 추진을 중단하고 학생과 교수가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또 "이달 31일에 제 임기가 끝나도 (단식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내년 총학생회장도 함께하기로 했다, 총장이 독단적인 의견을 고수한다면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 단식에 문과대학 교수회 '참담한 심정'

학생들의 단식농성에 문과대학 교수회는 같은 날 오후 "기말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단식농성에 돌입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다시 한 번 '일방적인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최 총장은 12월 초 문과대학 교수회의 반발이 확산 되자, 각 학과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일과 6일 문과대학 9개 학과에 구조조정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관련기사: "조양호 회장의 선택, 인하대 구조조정 칼바람?")

그런데 각 학과마다 다른 설명을 담은 내용은 문과대 구성원 간 '이간(離間)' 논란으로 번졌고, 학과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입장도 번복했다. 대신 당초 구상대로 구조조정이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 문과대학교수회는 "대형 국책사업 선정과 장기적인 학교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합리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미 학기 초부터 공식 논의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준비를 해왔다"고 밝힌 뒤 "그러나 최 총장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문과대학 발전계획이 없다는 최 총장의 말이 오히려 거짓이다"라고 비판했다.

문과대학 교수회는 또 "당초 문과대학 9개 학과 가운데 3개 학과만 남기겠다고 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5개 학과를 남기는 것으로 말을 바꾸더니, 급기야 처음부터 5개 학과를 남기려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총장을 만나는 단위마다 다른 말을 함으로써 구성원 간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무리한 구조조정안은 구성원들의 뜻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재단의 요구사항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총장의, 총장에 의한, 총장을 위한' 행태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중앙대교수협의회, '인하대 구조조정은 파멸의 길'

인하대 구조조정 소식에 올해 초 '단과대학 축소와 학과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홍역을 치른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지난 10일 인하대학교 교수회와 학생회를 응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대 또한 프라임 사업 선정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시끄럽다.

중앙대교수협의회는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대학 기업화'의 선봉에 있는 인하대의 상황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대학에 대한 일말의 애정 또는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있다면, 인하대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대학의 파멸을 부르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교수협의회는 또 "학문공동체라는 대학의 본질을 망각하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굴종하는 대학 운영진이 대학을 이끌 때, 대학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몰락의 길로 내달릴 것이 명약관화하다"라고 덧붙였다.

중앙대교수협의회는 자신들이 중앙대학교 총장과 보직교수(교무위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하대학교의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이제부터라도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앙대교수협의회는 "정부의 프라임 사업이 진정 청년세대를 위한 발상인지 거듭 숙고해야한다"며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청년들의 삶이 대학의 책임인지, 아니면 이윤추구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기업의 탐욕 때문인지를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느낀다면, 정부와 기업에게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정책 수립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인하대학교 #프라임 사업 #중앙대학교 #인문학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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