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하물 대란, '투자 지연'이 가장 큰 원인"

'제2여객터미널 조기완공·항공전문가 사장 선임·항공정비특화단지 조성' 핵심과제

등록 2016.01.13 17:52수정 2016.01.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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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10년 연속 공항서비스 평가 세계 1위를 지켜온 인천국제공항에서 그간 쌓아올린 명성을 한 번에 무너뜨린 '서비스 대란'이 발생했다.

사고 당일 개항 이후 최대 규모인 여객 17만 명이 몰리면서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에 오류가 생겼다. 이로 인해 항공기 159편이 예정 시각보다 늦게 출발했고, 출국 여객 8만7360여 명의 수하물 중 5200여 개를 싣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항공사는 이튿날 저녁이 돼서야 사고를 수습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원인 분석을 위해 서울지방항공청, 인천국제공항공사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합동조사단은 인천공항 내 BHS 28개소의 CCTV와 오류분석 기록에 대한 로그파일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최초 사고 발생 시 원격조치와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BHS 최초 장애는 지난 3일 오전 7시 52분에 최초 발생했다. 탑승동에서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수하물 운송라인의 한 지점에서 모터제어장치에 오류가 발생해 30분간 운행이 정체되면서 시작됐다. 모터고장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합동조사단은 또 "BHS운영센터 담당자가 최초 주의메시지를 인지한 이후 원격으로 모터제어장치 리셋조치를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나 로그파일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리셋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다. 현장근무자도 장애지점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하물이 탑승동 동쪽 순환 벨트에서 정체됐고, 탑승동 메인 수하물 순환 벨트의 수하물들이 지상조업 수취 투하지점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탑승동 동쪽에서 여객터미널 동쪽까지 수하물이 미적재되는 사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합동조사단의 사고원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예견된 인재에 대한 비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여객처리 능력을 500만 명 이상 초과한 상태라,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경영자 총협회, 바르게살기운동 인천광역시협의회, 인천광역시 새마을회, 인천YMCA,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인천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여성연대 등 17개 인천지역 국민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정부가 제때 시설확장을 놓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2여객터미널 조기완공을 촉구했다.

"투자 시기 놓친 인천공항, 개항 후 최대위기"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3월 1일까지를 동계성수기 특별운영 기간으로 정해 놓고, 여객 집중을 대비했다. 하지만 수하물 운송라인에서 모터 하나가 고장 나면서 수하물 대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인천공항의 여객이 이미 2년 전에 여객처리 능력을 초과한 상태라는 점이다. 2단계 공사를 마친 인천공항의 현재 여객처리 능력은 4400만 명이지만, 2014년에 이미 45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4928만 명을 기록했다.

인천지역 17개 국민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사고는 국토부가 여객처리 능력을 6200만 명으로 확장하는 3단계 공사를 2015년 말에서 2017년 말로 늦추면서 발생한 예견 된 인재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아시아의 주요 경쟁공항들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은 오히려 투자 시기를 놓치며 개항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제2여객터미널 조기 완공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2017년 말로 예정된 2단계 공사를 2017년 상반기로 앞당겨 인천공항의 과부하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여객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2016년에만 530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는 57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수하물 분산을 위해 도심공항터미널을 확대해 미리 수하물을 공항으로 보내는 방안을 확대하고, 비규격 화물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 규제해야 한다. 또 오전에 집중된 운영시간대를 조정하고, 항공수하물 처리와 공항 검색, 출입국 심사, 탑승동간 이동 등에 시설과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2018년에는 인천공항 여객이 6200만 명으로 또다시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여객처리 능력을 8000만 명으로 확장하는 4단계 공사 착공 시기를 올해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의 환승률은 2013년 18.7%에서 지난해 15.2%로 떨어졌다. 여객처리 규모에서도 20위권 밖에 있다. 반면, 2000년 김포국제공항보다 아래에 있던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동아시아 경쟁 공항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인천공항을 앞질렀다.

공석인 사장에 항공전문가 조속히 선임해야

인천지역 17개 국민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인천국제공항이 투자 시기를 놓친 데에는 공사의 불안정한 '리더십'도 한 몫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10월에 3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던 전임 박완수 사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취임 1년 2개월 만에 사퇴한 것이다. 박 사장의 전임인 정창수 사장 또한 강원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며 공사는 7개월간 사장 공석 상태에 있었다.

인천지역 단체들은 "정차수 사장 또는 박완수 사장이 임기를 채우고 공사경영에 전념했더라면, 이채욱 사장 시절에 발생한 인천국제공항 3단계 공사 2017년 완공을 2015년 완공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고 또한 리더십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공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밀실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키울 전문성과 결단력을 겸비한 적임자를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항공안전 담보할 항공정비특화단지 조성 서둘러야"

현재 인천공항에는 국내외 88개 항공사 비행기가 하루에 1000편을 넘게 운행된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비행편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항공안전이 요구된다.

국제선 출발 편 기준 인천공항의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은 2010년 8.3%에서 2014년 17.8%, 2015년 1분기에는 26.1%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반면에 항공정비 서비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와 동맹 항공사 항공기에만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이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 항공사와 저가항공사들은 중정비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4년에만 우리나라는 항공정비 비용으로 약 7000억 원을 해외에 지출할 정도로 항공정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과 경쟁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공항 배후단지에 프랫앤휘트니, 롤스로이스, 지이(GE)에비에이션, 보잉, 루프트한자테크닉 등 세계유수의 엔진제조업체와 항공정비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인천국제공항도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고 정비업체와 부품업체 등을 유치해 운항정비, 중정비, 엔진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항공정비 산업 육성은 항공안전을 담보하는 일이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신규철 위원장은 또 "정부가 올바른 처방을 내놓길 기대한다. 만일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국제선 노선을 김포공항으로 분산시키거나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거나, 동남권신공항 건설의 근거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오히려 항공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천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의 '공항시설 부족실태'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정비단지 #제2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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