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이 책에서는, 아이가 할아버지 죽음으로 힘들어 할 적에, 어버이가 슬기롭게 달래고 이야기해 주면 좋을 텐데, 어버이도 이녁 아버지가 죽은 일을 쉬 받아들이지 못하고 함께 힘들어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비룡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교통사고로 두 어버이를 잃은 아이'가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죽은 뒤로 가슴이 뻥 뚫린 채 눈물이 말라붙은 채 사는 아저씨'한테 들려줍니다. 두 어버이를 잃은 아이는 오히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아저씨더러 기운을 내라면서 북돋아 주어요. 간호사 아저씨는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하고, 병원에 드러누워 꼼짝을 못 하다가 곧 죽음을 맞이하려는 아이는 둘레에 있는 사람들을 차분히, 따스히, 넉넉히 마음으로 보듬어 줍니다.
"떠나지 마……. 우리와 함께 있어, 롤라……." 롤라의 입술이 움직였습니다. 롤라는 간신히 숨을 쉬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쥘 아저씨, 별빛 속에서…… 나를 찾으세요……." 그리고 롤라의 눈은 감겼습니다. (45쪽)먼 우주에서 별을 타고 온 아이는 다시 먼 우주로 별을 타고 떠났을까요? 먼 우주에서 별을 타고 온 숨결은 이 지구에서 태어나려고 몸을 얻었다면, 이 지구에 나들이를 와서 기쁘게 한삶을 누린 뒤에 다시 먼 우주로 떠날 즈음에는 몸을 이곳에 내려놓고 고요히 숨을 멈춘 셈일까요?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뿐 아니라 오늘 내 곁에 있는 아이들도, 바로 나도, 그리고 우리 어버이도, 모두 이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별을 타고 지구로 찾아와서는 다시 별을 타고 우주로 긴긴 나들이를 떠날까요?
아홉 살 아이하고 '별아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아홉 살 아이는 '별아이' 이야기를 듣고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다른 별에서 이 지구로 찾아와서 함께 사랑을 짓는 사이로 지낸다고 이야기하고, 저마다 이 지구라는 별에서 기쁜 살림을 가꾸면서 꿈을 키운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으면 모두 가슴에 담겠지요.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아직 잘 모르겠으면 아직 모르는 대로 가만히 귀를 기울일 테지요. 우리가 저마다 별아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저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기쁜 넋이라는 뜻이에요. 별아이로서, 또 어버이로서, 또 우리 어버이한테는 아이인 삶으로서, 오늘 하루도 기쁨을 가슴에 담고 활짝 웃고 노래하자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별빛을 타고 온 아이
티에리 르냉 지음, 한지선 그림, 심지원 옮김,
비룡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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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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