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구결과 원전과 갑상선암은 관련이 없다'며 홍보하고 있는 한수원.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전이 주민들의 거주지역과 아주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 한수원 블로그
이문예
버스비 박사는 기준치 이하의 피폭, 즉 저선량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암 발병에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했다. 고선량 방사능은 세포 자체나 유전자를 파괴하지만, 저선량 방사능은 세포 유전자를 암세포로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약리학에서는 높은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도 소량을 사용하면 오히려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호메시스(Hormesis)'라고 한다. 여기서 유래한 말로 '방사선 호메시스(Radiation hormesis)'라는 용어가 있는데, 소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생명체의 생리 활동을 촉진해서 암 발생률을 낮추거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김종순(64) 가톨릭의대 방사선과 초빙교수는 "저선량 방사능의 경우 암과 관계가 없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독을 소량 먹으면 몸에 좋은 경우가 있듯이 저선량 방사선의 경우 오히려 암 발생을 줄이는 경향성을 갖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실험을 해보니 저선량에서도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차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직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티 디 러키 미국 미주리대 교수가 주장한 이 이론은 국내 원전찬성론자들이 자주 인용하지만, 일관된 결과가 없어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남녀 갑상선암 발병률 높아한수원은 원전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문제 제기에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에 책임이 없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원전 지역 주민 545명의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버스비 박사의 증언과 함께 서울대 안윤옥 연구팀의 보고서 및 후속보고서를 중요한 증거로 내세워 이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서울대 의학연구원이 진행하고 안윤옥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는 원전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진행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코호트 연구(전향적 추적조사)다.
1989년 전남 영광원전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의 아내가 뇌 없는 아기(무뇌아)를 두 번이나 유산한 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정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영광, 고리, 월성, 울진 등 전국 4개 원전지역 주민과 대조지역 주민 등 총 3만6176명을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