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청년 시민기자와 함께하는 청년정책 소통 인터뷰지난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두 명과 청년 시민기자 세 명(권순민, 이찬우, 유종헌)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마주했다.
고강선
- 김예지 : 청년 배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은데. "(기자의 말을 자르며) '20대 개새끼론' 논란 먼저 이야기할까?(웃음) 사실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내가 그럴 수 없어 안 했다. 세상에 어떤 주장을 하거나 정책을 펼 때, 100% 칭찬받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비난하지 않고, 칭찬하는 일이라면 그건 이미 정책이 아니라 진리인 거다. 정치인들은 이걸 감수해야 한다.
이번 '한심한 대학생' 발언도 약간의 논쟁을 예상하고 한 일이다. 사실은 약간의 보호막을 쳐놓긴 했다. 청년들을 전부 욕한 것도 아니고 MT가는 청년과 교수를 비판했다. 거기에 방점이 있었던 거다. 이에 대해 반론할 수 있다. 나는 해당 발언을 올릴 때 이미 (어느 대학이 MT를 가는지) 특정해서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논쟁이 확산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좀 꼬집히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꼬집히면 아프다.
내가 이 사실을 금방 공개하고 논쟁을 정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거 끝나고 나서야 알렸다. 나는 좀 아프긴 해도 그 논쟁과 반격을 통해 이 문제가 이슈화되면 사람들이 어쨌든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나. 대중들이 이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거다.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을 올리는 효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20대 개새끼론'을 폈다고 거론되어도 별로 슬프지 않은 이유가 이거다."
- 권순민 : 이 시장의 SNS을 지켜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많은 경우에 있어 특정 계층을 배제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논쟁을 확산시킨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몇이 선거날 MT를 간다고 해서 청년 전체를 '한심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굳이 대학생을 짚은 것은, 청년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권순민 기자의 문제제기 자체, 치열함이나 문제의식에 100% 동의한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에게 공격적이라고 해도 이미 감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니 괜찮다. 지적한 것처럼, 문제제기 방식이 너무 공격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아무도 손실을 보지 않는, 만인이 공감하고 반박하지 않는 일이란 가치가 없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올려 참여 유도하려면 불가피하게 논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정치도 사실 싸움 측면이 강하다. 나는 정치적으로 '마이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세상에 대해 문제제기해야 하는 데 우아한 '공자님 말씀'하면 아무도 관심 안 가진다. 내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공격 요소, 배제 요소를 활용한다. 그 문제에 대한 원론적 지적 동의에는 동의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왜 하필 청년이냐'는 지적일 거다. 나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쓰지 못하고 정치 세계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제일 안타깝다. 나도 성남시라는 현장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자원을 배분한다. 제일 고려하는 게 '정치적 지지획득에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다. 그걸 고려하지 않으면 권력 유지가 안 된다. 그럼 좋은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권력을 재창출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을 정치적 욕심이라고 욕하면 안 된다. 그건 누군가를 대표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해주는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다. 대중으로부터 정치적 지지 획득하기 위해 계층, 집단에 더 투자하는 것 비난할 수 없다. 나쁘다, 좋다 문제가 아니라 그냥 현실이다.
그럼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노인들은 정말 투표율이 높다. 모든 지출과 정책 결정이 노인 중심이다. 청년 세대는 어떤가. 제일 크게 피해 보는 계층이 청년이다. 불행히도 청년 계층 투표율 낮다. 정책적으로 배려받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정말 공정하게 정책 배분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치 세계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논쟁을 통해 청년들이 투표를 안 하더라도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면 이익이 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정말로 반박하고 싶은 건, '우리가 투표하면 너희(야당) 찍을 줄 아느냐?'는 표현이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면 야당에 도움이 될 것이란 유치한 발상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정치에 참여해야 정치적으로 존중받는다. 야당, 여당 상관없다. 표 몇 개 챙기려고 그런 것 아니다. 이번 선거는 내가 덕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귀찮지만 정치인 한번 찍어주는 것, 이 작은 참여, 작은 투자만으로 우리 일상 바꿀 수 있다. 꼭 체험했으면 했다."
- 김예지 :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그런 논쟁 방식이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다. 해당 발언을 보고 오히려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돌아서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특정 단어, 특정 문장에 너무 집착한 게 아닌가 싶다. 전체 취지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매우 적고, 이런 상황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제기 방향은 좋은데, 그렇다고 내가 '20대 나쁜 놈, 정신 나간 놈'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투표가 권리를 넘어서 의무, 책임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지금 성남시에서 이런 정책도 시작할 판이다. 투표 참여하는 시민에게 뭔가 인센티브를 주자, 현금을 주자. 내가 현금을 좋아하니까.(웃음) 관련해서 용역을 맡겼다. 권리와 권한 구분해야 한다. 권리는 내가 이익보기 때문에 하는 거라 포기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과연 선거에 참여하고 투표하는 행위가 나만을 위한 일인가? 공동체를 위한 책임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건 권한의 범주로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돈 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투표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걸 좀 극렬한 방식으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좀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피해를 입거나 상처 입는 사람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
- 유종헌 : 아직 궁금증이 덜 풀렸다. 투표율과 청년 정책이 무슨 연관이 있나. 예를 들어 유럽에서도 전체 투표율 대비 청년 투표율 낮다. 유럽의 청년 복지 정책이 청년 투표율 덕분에 나온 건 아니지 않나. 두 번째는,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는 것은 정치 활동이 그 사람들의 삶을 구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면 투표하지 않는 사람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정책을 더 만들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두 가지 지적은 다 맞는 이야기다. 문제는 유럽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다르다는 거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본분을 한다. 부정부패가 적고, 누구 편들어서 자원을 배분하거나 특정 계층을 배제하는 비윤리적 정치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는 유럽 정치와 수준이 너무 많이 떨어진다. 자기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배제한다. 또 투표율이 낮은 이유, 정치 때문이다. 맞다. 맞지만, 나는 '네가 잘못했으니 우리 잘못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바꿔나갈 테니 같이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물론 억울한 심정 이해한다. 나도 기성세대다."
"나는 '생존형 트위터리안'... 살기 위해 글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