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_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 김승일 외 11명 지음 / 서랍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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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였다면, 이번에는 가장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로 활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쓰기에 앞선 일이 읽기인데, 읽어서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대표적인 글쓰기가 바로 시 아닐까 싶다.
시라 하면 은유, 상징, 함축이 떠오르니 읽는 이는 당연히 이 과정을 거꾸로 거쳐야 시를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는 생각에 빠지곤 하는데, 이 때문에 시가 점점 멀어져 시를 쓰기는커녕 읽는 일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는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글쓰기이고, 아마도 가장 많은 이가 외우고 함께 불렀을 글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시의 어려움도 시를 읽고자 하는, 때로는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하소연일 터, 시를 마주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좋겠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에 데뷔한 젊은 시인 열두 명에게 창작의 시작과 과정부터 삶과 시의 관계까지 사소하면서도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한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에서 '나는 매번 시 읽기가 재미있다'를 찾아보면 어떨까.
시가 오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시 쓰기란 "울고 싶다고 해서 억지로 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 울고 싶다고 해서 그칠 수도 없는 울음" 같다는 답변이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시를 쓸 때 버릇을 묻자, 버릇이 생기는 게 겁난다며 "버릇이 든다는 것은 몸의 일부만 떼어 작은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시인의 감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인이 가까워지고,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시도 궁금해진다. 참, 무엇보다 모두에게 던진 공통의 질문 "독자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답이기도 하니, 눈여겨 살펴보면 시를 쓰는 시인과 그들이 쓴 시와 내가 읽는 시의 관계를 되새길 수도 있겠다.
물론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를 읽으며 습작에 도전해도 되겠고,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을 읽으며 '내가 시인이 되었다면?'을 상상해도 좋겠다. 어쨌든 뭐든 읽고 생각하는 게 글쓰기의 시작이고, 그러다 생각을 적으면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오늘은 뭐라도 읽고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새롭게 쓰는 건 결국 새롭게 사는 일일 테니,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
필사의 기초 - 좋은 문장 베껴 쓰는 법
조경국 지음,
유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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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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