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 비정규직'에겐 지진 발생 통보 안 해

고리·월성원자력본부, 정규직 직원에만 대응 메시지 전송

등록 2016.07.12 16:44수정 2016.07.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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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에서 진도 5.0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 뒤와 23분 뒤 국민안전처가 지진 해당지역 시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에서 진도 5.0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 뒤와 23분 뒤 국민안전처가 지진 해당지역 시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박석철


지난 5일 저녁 8시 33분쯤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울산 주변에 즐비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당시 지진 발생 17분이 지난 오후 8시 50분, 국민안전처는 울산시민들에게 지진 사실을 알리는 문자를 전송했지만 7월 4일로 잘못 표기해 6분 뒤 다시 7월 5일로 날짜를 정정한 문자를 보냈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원전과 원전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문자를 전송했다. 국회 김종훈(울산 동구) 의원실이 한수원에 요구한 지진 발생 대응과 관련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 본부는 9시 11분쯤, 고리본부는 9시 50분쯤 내부직원들에게 지진 발생 사실을 문자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수원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수원이나 발전소로부터 지진 발생 사실이나 대응조치와 관련해 어떠한 문자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은 문자는 국민안전처의 지진 발생문자가 전부였다.

국민안전처가 지진 발생 후 17분 뒤인 8시 50분에 재난문자를 보내진 것에 비해 고리발전소의 경우 1시간이나 늦게 내부문자를 발송한 점도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사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 공유해야 현장에서 공동 대응할 수 있어"

a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에서 진도 5.0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수원 직원들이 받은 문자 시간 및 내용

2016년 7월 5일 울산 동구에서 진도 5.0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수원 직원들이 받은 문자 시간 및 내용 ⓒ 김종훈 의원실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 원자력본부는 9시 11분 지진 발생 문자를, 9시 18분에는 경계발령(B급) 발령과 'B급 동원인력은 현장 응소(단체나 조직에서 구성원을 불러서 모으는 일에 응함)를 바란다'는 문자를, 11시 11분에는 'B급 비상을 해제한다'는 문자를 발송해 직원들에게 지진 발생과 대응 사실을 알렸다.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는 월성본부보다 늦은 9시 50분쯤 비상발령 문자를, 11시 37분에는 전 직원에 유선대기를 지시하는 문자를, 다음날인 6일 오전 9시에는 비상발령 해제 문자를 전송했다.

하지만 김종훈 의원이 공공부문비정규직노동조합에 확인한 결과, 한수원에서 일하는 특수경비 노동자, 경정비 등 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직원들에게는 원전 측으로부터 별도의 연락이 없었으며, 연락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수원의 방사선종사자는 한수원 직원이 5627명, 외주업체 직원(비정규직)이 7181명이다. 김종훈 의원은 "결국 원전에서는 외주업체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유사시 외주업체와의 공동 대응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원자력 발전소의 업무 중 시설관리, 경비, 경정비, 수 처리 등의 많은 부분들이 외주화 되어 있다"라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업무는 대부분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데, 무분별하게 외주화는 시켜놓고 지진 등의 유사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사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해야 현장에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사고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유사시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한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옆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수원에게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공동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울산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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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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