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범 사무총장
유한범
-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식사는 3만 원으로 제한된다. 이 부분에 대해 왜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지?"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이 있는데 공무원 등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언제나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직무관련자가 아닌 완전히 사적인 관계인 사람으로부터라면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을 수 있다.
또 직무관련자와 식사를 할 때 밥값이 1인당 3만 원이 넘더라도 자기 돈으로 각자 밥값을 내면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국회의원은 3만 원으로는 격식 있는 식사를 못 한다고 하는데 격식 있는 식사는 자기 돈을 내고 하면 되고 직무와 관련한 식사를 대접받으면서 찾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1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인사들이 있는데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지난 6월 20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전체 경제적 손실이 연간 11조 6천억 원에 이르고 그 중 음식업 손실액이 8조 5천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가 궁금해서 한국경제연구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도자료를 확인해 봤는데 왜 그렇다는 근거가 없었다. 또 보도자료에는 현재 3만 원으로 되어있는 식사비 제한액을 10만 원으로 올리면 손실액이 6천6백억 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직자 등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접대한 3만 원 초과 10만 원까지의 식사비가 8조 원에 가깝다는 이야기인데, 오히려 엄격하게 이 법을 시행해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공공기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접대는 낭비와 불공정, 부패를 낳기 때문이다. 또 식사비 제한은 공직자 등에게만 적용되며, 민간회사들 사이의 접대비까지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 '김영란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기에 한계와 문제점도 있을 것 같은데? 김영란법에 더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이 법에 대한 여러 가지 반대의견이 있었고 헌법소원도 있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결정이 있었다.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청탁과 금품수수를 근절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처음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선 원안대로 시행하고 혹시 문제가 있다면 추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농수축산업, 요식업종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부문의 동향을 주시하며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제처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열어 시행령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김영란법'과 관련한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중 오직 직무와 관련한 부분만 규제하는 것이다. 공직자 등은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범위 안의 금품 등'을 허용하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범위를 식사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공직자 등에게 허용되는 금품수수 액수가 적어서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그걸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시행령에 포함될 식사비 한도를 3만 원에서 5만원, 선물 한도를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높이자고 제안했고 새누리당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제정된 후 많은 검토와 여론조사 등을 거쳐서 현재의 한도를 담은 시행령 안이 나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예외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의 한도액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으면 한다. 다수 국민은 이 법과 시행령의 후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품수수가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하다고?- 오는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향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 자동차, 법인 카드, 샤넬 가방 등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벤츠 여검사'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부패 양상은 점점 지능화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화했다. 어떤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있는데도 '당장'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떡값, 선물, 향응, 스폰서 접대 등이 거리낌 없이 이루어졌다. 우리 국민 중 누구도 그러한 금품수수가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하고 자발적인 동기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암묵적이고, 간접적이고, 강고한 기득권의 카르텔 또는 네트워크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시간차를 두고 아주 간접적으로 서로서로 도와주기 때문에 적발, 처벌, 규제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 네트워크는 공정한 경쟁, 사회에 대한 신뢰, 정의의 실현 등을 가로막고 불신과 냉소를 낳는다. '김영란법' 제정의 필요성이 부각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부정청탁과 대가성이 없는 금품수수도 처벌할 수 있는 '김영란법'의 제정은 부패 네트워크를 깨뜨리고 우리 사회의 기초를 새로 다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조항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을 예외로 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이 법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있었다.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적인 직무를 처리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최근 자녀를 스스로 직원 또는 인턴으로 채용하거나 다른 기관에서 일하게 하여도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지만 법적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를 막자는 것이다. 별도의 입법을 해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민원전달 예외의 경우는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것 등을 부정청탁의 예외사유로 한 것인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회의원이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빠진 것처럼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
"쪽지 예산도 부정청탁의 하나로 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