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오전 청와대 내각 인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의 '돌발' 개각은 새누리당에도 폭탄을 던진 격이 됐다.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하면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을 수습하려고 노력 중인 가운데, 여야 협의 없는 일방적 개각 발표로 찬 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당장 사태 수습책 중 하나로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던 비주류(비박근혜) 측은 '대통령 스스로 현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저버렸다'는 개탄을 토해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거국중립내각이 완전 어그러졌다. 매우 중대한 사태라고 본다"라면서 "현재 대통령이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국회가 협의해서 추천하는 거국내각의 국민총리와 국회가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고 그를 위해 중요한 게 총리 후보 추천 절차인데 이 과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이러한 절차 과정을 거쳤다면 국회 협의의 산물로서 (거국내각의 국무총리로서) 추천될만한 분이었다. 이런 분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명에 의해서 맥 없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어떻게 천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있는 나라를 구할 마지막 방안마저 걷어차는가"라면서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거국내각 총리는 국민의 신뢰는 물론, 야당의 흔쾌한 지지가 있어야 정부를 통할하고 국민의 마음을 추스리면서 나라를 끌어갈 수 있다"라면서 "최순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하는 날에 국회와는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총리를 지명하는가"라고 개탄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역시 "대통령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무겁고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야당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비공개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혹스럽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국가적 위기가 더 깊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서 제기됐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최고중진의원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가 위기적 상황을 타파하고자 머리를 맞댄 그 상황에서 나온 내각 인사는 당과 국민을 또다시 절망에 빠뜨린 처사였다"라면서 "거국중립내각의 핵심인 야당과의 일체의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개각) 발표는 대통령의 변함없는 불통만 드러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회견 후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정말 진정으로 이 난국을 타개하고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면 그래야지 맞는다고 본다"라며 이에 동의했다.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총리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 이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측근으로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일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안봉근 전 비서관의 차량으로 최순실이 청와대에 프리패스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라면서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향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박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병준 내정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정 정상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거국내각의) 총리가 나오는 모양새가 있어야 했다"라면서 "야당의 동의를 못 구한다면 현실적으로 (김 내정자가) 총리 되기 어렵다. 야당의 동의를 구할 자신이 없으면 본인이 총리 안 받겠다고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거국내각 하자더니 대통령 일방적 개각 환영... 누가 진정성 인정하나"비주류의 사퇴 압박을 받던 이정현 지도부는 이번 개각 발표로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린 모양새다. 이미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친박 지도부'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당의 수직적 관계를 재차 입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지도부 사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논의하는 새누리당의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개각을 발표했다. 이에 정병국 의원이 "지금 대통령이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는데 사전에 아셨느냐"고 묻자, 이정현 대표는 대답 대신 노란색 포스트잇을 들어 보였다. 자신도 쪽지를 받은 뒤에야 알았다는 제스처였다. 다만 그는 회의 직후 '개각 사실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내용들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같은 질문을 받고 "나도 여기 와서 알았다"고 답했다.
결국, 청와대의 개각 발표 과정에 집권여당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즉각 공식 논평을 통해 "정치권이 요구하고 있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 맞는 인사로 판단한다.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한다"고 이를 환영했다.
이에 대해 정병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거국중립내각 하자고 입장을 냈던 당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각 발표에 환영 논평을 낸다. 그러면 누가 진정성을 받아들이겠나"라면서 "이런 지도부가 여야 협상, 난국 돌파 위한 안을 내놓을 수 있겠냐 물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원과 국회의원, 여론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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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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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도 "총리 지명 철회" 새누리, '최순실 개각'에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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