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비지니스북스
그러다 몇 개월 전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고 물건을 많이 덜어냈다.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내다 버리거나 기증했다. 몇 년 간 입지 않은 옷도 눈을 꼭 감고 버렸고, 책도 버렸다.
내 오랜 꿈 하나는, 책으로 빽빽이 둘러싸인 서재를 갖는 거였다. 일본의 다독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 유명한 '고양이 집' 같은 집을 꾸밀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조금은 충동적으로) 생각을 바꿔봤다. 단지 '책을 많이 소유한 나'라는 이미지가 좋아서 책을 쌓아 두고 있는 거라면 이 이미지를 한번 걷어내 보고 싶었다. '많은 책'으로 둘러싸인 방보다는, '좋은 책' 또는 '좋아하는 책'을 품은 방이 더 '내방' 같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열 박스 가까이 책을 덜어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 해도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으면 박스에 넣었다. 일례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다 넣었다.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해봐도 하루키 소설의 환상성은 내 스타일이 아니므로, 앞으로도 그의 소설을 읽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러니 하루키 책을 왜 '소유'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하루키 에세이는 좋아하므로, 에세이는 그대로 뒀다).
그래도 책장엔 책이 수백 권 남았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거나, 언젠가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들이었다. 소위 '내 삶을 바꾼 한 권의 책'에 해당하는 책들도 당연히 그대로 책장에 꽂아 두었다. 그리고 이 후 몇 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책장엔 또 새 책들이 들어찼고, 방에도 물건이 여섯 개쯤 새로 채워졌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는 책 포함 물건 모두를 버리고, 새 삶을 찾은 듯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은 '무소유'의 개념은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물건이라면 소유해도 된다. 다만 불필요한 소유에서 고개를 돌리자는 것이고, 그렇게 고개를 돌린 곳에서 찾은 여유와 자유를 맘껏 만끽하자는 것이 미니멀리즘 사상이다.
사실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건,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은(?)지도 모른다. 소유에 대한 개념만 바꾸면 된다. 꼭 필요한 물건은 소유하되, 나머지는 소유하지 말 것. 물건을 살 땐 충동적으로 구입하지 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뒤, 정말 필요하다 싶으면 구입할 것. 뼛속 깊이 새겨진 소비자로서의 책무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 것. 또, 가장 중요한 건 물건으로부터 정체성을 빌려오지 말 것!(그러니까, 수천 권의 책이 마치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해준다는 생각을 하지 말 것!)
'아무 것도 없는'이 삶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