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광운스퀘어 및 80주년기념관 준공식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학 구성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은 먼발치에 서서 애처롭게 준공식을 바라봤다.
김동수
신축 건물의 준공에도, 용역업체는 분회 사무실 제공에 뜨뜻미지근했다. 지금도 여전히 합의안을 이행할 움직임조차 없다. 용역업체의 합의 불이행에 조합원들의 '마지막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합의서 제3조 제2항'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받을 '마지막 희망'이었으니까(관련 기사:
사무실이 자동차 안,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애초에 흘러가는 모양새를 봤을 때부터 기분이 께름칙했다. 노조 사무실을 절대로 제공하지 않을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 번은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학내에 있는지를 찾아봤다. 딱 한 곳이 있었다. 비마관 7층 물탱크실이었다. 비마관 청소노동자들이 예전에 휴게실로 사용한 공간이었다. 학교나 용역업체에서 어느 곳도 사무실로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물탱크실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물탱크실은 노조 사무실로 쓰기에 부적절했다. 결국 물탱크실 사용안은 철회해야 했다.
철회 이후에 조합원들은 속절없이 노조 사무실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현재는 언제쯤 사무실이 제공될지 기약조차 없다. 조합원들과 함께 노조 사무실의 제공을 주장해온 나는 지금 상황에 화딱지가 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화를 억누르면서 용역업체를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용역업체도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까? 이유 하나가 떠올랐다. 사실상 원청인 광운대의 협조 없이 신축 건물의 공간 하나 내어주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학내의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는 분회 사무실 제공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말을 해도 씨알이 안 먹혀요. 회사는 노조 사무실 제공할 권한이 없다, 그러고. 그건 원청에 물어보라, 그러죠. 그래서 가면 학교는 노력하겠다고 말만 하지. 지난번 원청 면담 때도요. 전형적인 시간 끌기용 화법이에요. 나중에 '왜 노조 사무실 제공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력했으나 공간이 없다'고 말할 걸요?"(광운대분회 최수연 분회장)노조 사무실 없는 현실얼마 전이었다. 분회장님과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관련 문제로 만난 적이 있다. 대화할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그런데 빈 강의실이 잘 안 보였다. 그러다 운 좋게 빈 세미나실 하나를 찾아냈다. 그곳에서 대화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세미나실의 문틈이 살짝 벌어졌다. 한 학생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저기..."남학생은 말을 머뭇했다. 분회장님이 이야기했다.
"지금 여기 쓰셔야 되는 건가요?""네.""죄송합니다. 얼른 자리 비우겠습니다."우리는 분주히 세미나실에서 나갔다. 대화한 지 5분도 안 지난 상황이었다. 허탈한 기분으로 다시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또 다른 공간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냥 복도에서 이야기해야 했다. 그때 문득 나는 '노조 사무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