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년사 부문별 중요도 변화
강호제
2013년만 하더라도 각 부문별 정책은 영역별로 한꺼번에 거론되었다. 4대 선행부문 / 인민생활 부문 / 문화생활 부문 순서였다. 전통적인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2015년에는 인민생활 부문 중 일부가 제일 앞으로 배치되었다. 농업을 필두로 축산, 수산 등이 4대 선행부문보다 앞에 배치되었다. 또한 이와 같은 시기에 건설, 건재 부문이 새롭게 거론되었다. 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축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평양 등 도시의 외관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였고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시기와 겹친다.
화학공업,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부문으로 부각2014년부터 생긴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가 '화학공업' 부문이 새로 생긴 것이다. 화학공업은 각종 생산활동의 연료, 원료 등을 공급하는 기초 공업부문이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금속과 붙여서 '단어 수준'에서 언급될 뿐이었다. 하지만 2016년 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4대 선행부문 뒤, 공업 부문이 확장된 위치에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올해(2017년)에는 자세한 정책까지 제시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마도 최근에 부쩍 강조하는 '국산화' 노선에서 연료, 원료의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화학공업 부문과 달리 '기계공업' 부문은 7차 당대회(2016.5)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올해(2017년) 신년사에는 '문단 수준'에서 자세한 정책들까지 제시되었다. 공업 부문의 변화, 발전에 따른 조치라 할 수 있다. '설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공업 부문의 변화를 살펴보면, 4대 선행부문이라고 불리는 기간산업을 중점 육성하다가 경공업, 혹은 간단한 수준의 공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연료, 원료를 공급하는 화학공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생산활동의 기본, 즉 기계설비 수준 향상으로 중심이 옮겨갔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멈춘 1990년대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북한 지도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은 실질적인 생산단위까지 닿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실제 생산현장에서 '혁신'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최우선 순위로과학기술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공업 부문의 성장은 과학기술의 비중을 더욱 키우기를 요구한다. 특히 북한에서는 현대 시대를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로 규정하였기에 2013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은 뒤쪽이지만 그래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그 순위가 앞으로 이동하였고, 2015년부터 '제일 앞'쪽에 배치되었다. 7차 당대회에서는 단순한 순위가 앞선다는 차원이 아니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기관차'라고 규정하면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경제강국 건설보다 앞세워 강조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시행 첫 번째 신년사인 2017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명시적으로 제1순위에 배치하였다. 앞선 군수 부문의 성과를 민수 부문으로 이전(스핀 오프, Spin-off)하기 위해서도 과학기술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5년과 달리 올해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은 그래서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장의 걸림돌을 치우고 추진력(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기술 부문이기 때문이다.
신년사에는 새해 정책 노선을 한 문장 수준의 구호로 정리하는 관습이 있다. 올해 핵심 구호는 "자력 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이다. 이 구호를 설명하면서 '과학기술 중시'가 강조되었다.
"자력자강의 위력은 곧 과학기술의 위력이며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앞세우는데 5개년 전략수행의 지름길이 있습니다."과학기술을 통해 자력자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5개년 전략을 수행하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에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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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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