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서 교차생산
강호제
기계공업 부문신년사만으로 해석했을 때,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가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로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이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 가지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 보장하여야 합니다."7차 당 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려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 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이는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으로는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운전 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화학공업 부문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 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 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현대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화학공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을 이용한다. 이때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크게 2가지인데 석유와 석탄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 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풍부한 매장량을 확보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그런데 안주에는 북한 최대의 석유화학공업 시설도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석유가 개발되면 동쪽의 함흥보다 안주가 더 커질 듯하다. 7차 당 대회에서 '원유'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했고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석유시추선이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서해안에서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생산 단계가 아닌지 이번 신년사에서는 빠졌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해내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 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이름에도 있는 '비날론(석유로 만든 나일론과 함께 석탄으로 만드는 비날론은 인류가 만든 중요 합성섬유이다. 면과 가장 비슷한 합성섬유이면서 방탄, 방염 섬유 등 특수 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료, 염료, 농약 등 각종 화학 재료들도 기본공정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다. 남한이나 외부의 비료 지원이 줄어들었음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 동서쪽의 대규모 화학공장들에서 비료를 직접 생산하게 된 것이 있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 첫 번째인 "2.8비날론련합기업소…" 부분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 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7차 당 대회에서 "석탄 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된 정책이다.
석유를 이용하거나, 석탄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질을 만드는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