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새로운 국면
강호제
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 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 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 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표현은 두 번 째 조건에서 "문전 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 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 넘긴 것이다.
"과학기술적 성과 많이 거두었다"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성과 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이와 관련, 북한은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다. 1)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다.
그런데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 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하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체나 미사일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고속의 기체를 뒤로 뿜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본체(인공위성 혹은 탄두)를 가속하는 원리가 기본이니. 따라서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발사체 기술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할 때 외부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사실, 북한의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모양이 달라 실제로는 둘을 구분해서 운용하는 듯하다. 그래도 외부에서는 둘 다 똑같이 '미사일'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아마도 뭔가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본보기 수준 향상 : 무인화 단계 진입과학기술 부문에서 거둔 세 번째 성과인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한 것은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를 살펴보자. 규모가 크거나 계획적인 활동 대부분이 그렇지만,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를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북한 혹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적인 것이다).
북한에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 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 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 생산체계의 확립단계"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 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 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 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실제와 얼마나 맞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해봐서 평가 자체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 내용상으로는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 "확립"했다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 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세포'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 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 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 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 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경량화,무인화,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선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