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위안부 피해자 "돈 1억, 우짜긴 다부 돌려주야지"

통영 김복득 할머니, 녹취록 통해 밝혀 ... 화해치유재단 기금 관련 사례 공개

등록 2017.01.18 13:57수정 2017.01.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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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오른쪽)와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이경희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화해치유재단의 비열한 작태에 일본군‘위안부’생존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린다. 일본정부의 심부름꾼 노릇을 당장 중단하고 해체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오른쪽)와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이경희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화해치유재단의 비열한 작태에 일본군‘위안부’생존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린다. 일본정부의 심부름꾼 노릇을 당장 중단하고 해체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윤성효

"화해치유재단의 비열한 작태에 일본군 '위안부' 생존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린다. 일본정부의 심부름꾼 노릇을 당장 중단하고 해체하라."

일본군위안부 피해할머니를 돕고 있는 단체들이 이같이 촉구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모임 송도자 대표와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는 18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영 김복득 할머니와 창원 할머니(이름을 밝히지 않음)의 사례를 공개했다.

1918년에 태어나 올해로 백수를 맞은 김복득 할머니는 현재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 할머니는 '치매' 등 질환을 앓고 있으며, 간병인을 두고 있다.

김복득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있었던 '위안부 한일합의'에 반대해 왔다. 김 할머니는 헌법재판소에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 소송'에다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원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본에서 받은 자금으로 만든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피해 할머니 1명당 1억 원씩 나눠주고 있다. 그동안 김복득 할머니는 화해치유재단의 기금을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족(조카)이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김 할머니 백수 생신축하연(1월 14일)을 앞두고 언론에서 '기금 거부했다'고 보도하자, 화해치유재단이 '기금을 받았다'고 해명했던 것이다. 이에 송도자 대표가 김 할머니와 조카를 통해 확인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조카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재단 관계자가 지난해 6월 할머니 병실을 찾아왔고, 그 다음 달에 '합의서'를 제시했지만 김 할머니는 날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16일과 12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이 조카 명의로 된 통장에 들어왔다. 송도자 대표는 "조카는 돈을 받은 사실을 김 할머니한테 알리지 않았고, 백수 축하연 직전에 병실로 찾아와 돈이 입금된 통장을 베개 속에 넣어두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조카한테 물어보니 재단 관계자가 찾아와서 합의금이 아니라 위로금으로 주어서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돈을 재단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김 할머니 조카는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복득 할머니는 재단 기금 수령을 바라지 않고 있다. 송도자 대표는 17일 병실에서 간병인 등이 있는 자리에서 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을 녹음했다.

이날 기자회견 때 공개된 녹취록에 보면, 김 할머니는 "통장을 본 적도 없다"거나 "다부(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내 피돈이다", "단돈 1원이라도" 등의 말을 했다. 당신 스스로 화해치유재단이 주는 기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김복득 할머니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김복득 할머니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윤성효

다음은 녹취록 전문이다.

◯ 김복득 할머니 녹취록1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통장이 어머니 통장이 아니고 조카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여쭈어보니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녹취를 하게 됨).

송도자 : 어머니 조카가, 응. 어머니한테 이야기도 없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이래 1억을 자기 통장으로 받았습니다. 이거 우째야 됩니까?
김복득 : 우짜기는 지가 내놔야지.
송도자 : 지가 내놔야지. 예. 그렇죠. 어머니한테 이야기도 안했죠?
김복득 : 내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시끼고. 이 사람(간병인)이 장 나한테 안 빠지거든. 지키고 있거든. 그런데 누가 온 줄 아나? 나는, 조카가 왔으모 나 왔다. 이거만 보고 그냥 고마 없어지고. 나가 벌써부터 통장(생활비 통장)을 가지고 오이라 나가 한번 보자 캐도 안 가져왔어.
송도자 : 응. 그래 이걸(위로금 받은 통장을 보이며) 본 적도 없네요. 어머니.
김복득 : 난 본 적도 없제.
송도자 : 받는 줄도 몰랐고?
김복득 : 응.
송도자 : 받았다고 이야기도 안하고?
김복득 : 이야기도 안했다. 나가 무슨 이야기 하끼가. 1억을 받았싱께 내가 받았싱께 징기고 있시께요 쿠든지. 지가(조카) 말로 해야 될 꺼 아이가. 나가 돈을 받아가 있다. 가 있다 이 소리는 안했어 나 보고.
송도자 :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어머니는.
김복득 : 나는 모르고 있었지.
송도자 : 그럼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
김복득 : 우짜긴. 다부 돌려주어야지.
송도자 : 다부 돌려줘?
김복득 : 응.
송도자 : 알겠습니다. 어머니.

◯ 김복득 할머니 녹취록2

김복득 : (계속 우시면서 중얼거리심) 무신 돈인데 그 돈이….
송도자 : 그러니까 어떤 돈인데 그 돈을 받아. 돈을 받아서 될 돈이 있고 받아서 안될 돈이 있지. 어머니한테 말도 없이.
김복득 : 언젠가 한번 돈 받았다는 소리는 안하고, 뭐시 우짜고 얄궂은 소리. 1억을 받았는가 돈 5만원을 받았는지 내가 알기 뭐꼬. 안 봤는데. 가져와서 내보고 겔차줌사 하지마는 겔차주나. 내 살미라구는 것도 그렇고.
송도자 : 맘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제가 잘 정리하께요. 걱정하지 마세요.
김복득 : 합의로 봣시모 내 보고 와서, 합의를 봤습니다 쿠든지. 돈을 받았습니다 쿠든지. 말로 해야 될 거 아니가. 일자 무식자라. 참 이럴 때 간이 찬다. 아닌 게 아닐, 나가 마, 내 간을 내 가마…(울음).
송도자 : 죄송해요. 어머니 어머니 제가 잘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시고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간병사 : 상처가 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가 상거차 크다 커.
송도자 : 죄송해요. 죄송해여.
김복득 : …. 왜 이럴 때 나를 공부를 좀 안 시키고. 바보 천치가 되 가 있는데. 내 피돈이다.(울음).
송도자 : 돌려주도록 하께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복득 : …. 내 몸을 몬 쓰니까.
송도자 : 맘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김복득 : 단돈 1원이라도. 고모에게 뭐시라꼬 뵈 준 적이 있나. 말만….

송도자 대표는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지만 24시간 그렇지는 않고, 간혹 정신이 맑을 때가 있다. 어제 대화 녹음은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며 "생존 피해자의 날인도 없고, 할머니를 돌보고 있는 단체가 없이, 가족한테 정확히 설명을 해주지 않은 합의서와 기금 전달은 무효다. 돈을 돌려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김복득 할머니의 조카 이름으로 된 통장에 화해치유재단 기금 1억원이 입금된 통장사본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고성시민모임 송도자 대표가 18일 오전 경남도의화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김복득 할머니의 조카 이름으로 된 통장에 화해치유재단 기금 1억원이 입금된 통장사본을 보여주고 있다.윤성효

이경희 대표, 창원 할머니 사례도 소개

이경희 대표는 '창원 할머니'(마산) 사례도 소개했다. 이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인지 능력이 없으며,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고 간병인이 보호를 하고 있다. 이경희 대표는 지난해 12월 초 간병인한테 들었던 말을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경, 재단 관계자가 와서 보호자도 없는 자리에서 '일본이 잘못했다고 사죄하며 보낸 돈'이라 했다고 한다"며 "한 사람은 할머니한테 돈을 받을 의향이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박거리든지, 아니면 손을 들어 보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장면을 사진 찍으려는 자세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병인이 그 상황을 보고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연락했더라. 당시 할머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굉장히 의도적이고 피해자를 기만하는 것이며, 사기다. 돈의 성격에 대해 충분히 인지시킬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화해치유재단은 "할머니와 만남을 갖기 위해 사전에 가족의 허락을 받고 방문하고, 할머니가 수령 의사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지 가족 입회 하에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은 "할머니를 지원해온 단체를 배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눈을 깜박거리게 한 것 등은 재단이 단지 할머니의 인지 능력을 확인한 것을 잘못 이해하고 왜곡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일본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의미로 전달한 현금에 대해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그 수용의사를 물어 그 결정에 따랐으며, 결단코 할머니와 가족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본군위안부 #화해치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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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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