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자회견은 교회내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야외에서 열렸다.
추광규
불상 훼손 사건을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던 한 사립대 교수가 파면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측에 '파면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기독대학교에서 지난 17일 파면당한 이 대학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52·예술목회연구원 원장) 교수는 20일 오전 종로구 숭인동 소재 '돈암 그리스도의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면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월 중순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들어가 불상 등 물품을 부순 60대 남성 기독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법당 복구 모금활동을 했다. 이후 학교 측은 손 교수가 한 행동으로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정체성에 대한 성실성이 훼손되었다'면서 파면을 결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는 "서울기독대학교가 대한민국의 헌법과 홍인인간이란 교육이념을 준수하는 진정한 대학이라면, 학교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저에 대한 파면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만이 땅에 떨어진 서울기독대학교의 명예를 다시 되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계속해서 "저의 파면은 곧 일종의 한국 기독교에 대한 파면이며, 한국교회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대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면서 "한국교회의 명예를 떨어뜨린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는 한국교회에 깊이 사죄하는 의미에서 저의 파면의 원인이 되었던 저에 대한 '신앙조사요구'를 공식적으로 철회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여나 이번 일로 해서, 우리 한국사회에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한 편견이 심화되거나 혹 종교 간의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면서 "이번 일로 해서 여러 종교들이 서로 더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손 교수는 이 같이 말한 후 "우상 숭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저를 파면시키라고 고발한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 임원들이나 또 그것을 실행한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이나 이사회는 정말로 문제가 많지만"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가 그리스도의교회가 아니라는 것,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이나 이사회는 문제가 많지만 그들 자신이 곧 서울기독대학교는 아니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다수의 서울기독대학교 구성원과 그리스도의교회 성도님들은 다른 교파의 어느 신자들이나 교회들처럼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고 또 아주 건전하고 사랑이 충만한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따라서 그들에 대한 비난은 꼭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손원영 교수 파면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앞서 지난해 1월 중순 한 60대 남성은 경북 김천 개운사에 난입해 불상을 모두 훼손했다. 당시 일로 발생한 피해액만 대략 1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비구니이신 주지스님은 큰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손 교수는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심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면서,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어떻게 IS처럼 이렇게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될 수 있을까?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래서 평소 '실천'(praxis)을 강조하는 기독교교육학 교수로서 저는 조용히 앉아 있을 수만 없어 제 페이스북에 개운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관계자와 모든 불교인들에게 도의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글을 게재하였다"고 밝혔다.